日, 쌀값 마음대로 못올려…"쌀 대신 파스타 소비 늘어날까봐"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파스타가 일본의 쌀 재배농가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농협연합회(전농)가 올가을에 수확하는 씰의 도매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들이 파스타 소비를 늘릴 것을 우려해 인상 폭은 억제됐다는 것이다.
전농이 쌀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3년만에 처음이다. 가격 인상은 생산자와 집권 자민당의 합작품이지만 전농측에서 쌀 소비의 감소를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농은 연간 쌀 유통량 600만t 가운데 50%를 담당하는 일본 최대의 농민단체로, 수확기에 매입 착수금을 생산자에게 지급하고 쌀을 모은다. 도매상으로의 판매가격에서 유통경비를 뺀 비용이 매입 착수금이다.
가격 인상은 전농보다는 정치권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자민당은 지난해 '전농이 적자 판매가 두려워 매입 착수금을 필요 이상으로 낮게 설정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검토 작업을 거쳐 올해 3월 자민당에서 나온 제안은 매입 착수금이나 도매 가격을 과거 평균치를 기본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2015년산 가격이 2014년보다 20% 가까이 높아진다.
5월말 전농은 상승폭을 억제하기 위해 정가가 아닌 실제 판매 가격의 과거 평균치를 사용해 2015년산 쌀의 도매 가격을 설정하기로 했다.
전농은 지난달 16일 도매상에 2015년산 쌀 가격을 지난해보다 5∼1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품종과 산지별 공식 가격은 추수 이후에 결정되지만 대표 상품인 니가타산 고시히가리 60㎏ 가격은 1만5천800엔으로 지난해보다 5.3% 올랐다.
이에 대해 쌀 도매상 조직인 전국미곡판매사업공제협동조합(전미판)은 2014년산 쌀의 재고가 남아돌고 있어 2015년산의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전농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측의 반발도 거셌다. 도시락 등 중식을 공급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국산미사용추진단체협의회는 지난 5월 "대폭적인 가격 인상을 하면 도시락 쌀의 사용을 줄이고, 파스타의 양이 증가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전농이 아닌 새로운 경로를 통해 쌀을 조달할 수 밖에 없게 된다거나 무리한 가격 인상은 소비를 냉각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전농이 2012년산 쌀 가격을 인상했을 당시에는 중식 및 외식 기업이 쌀의 사용량을 줄인 바 있다. 가격 인상은 수요자와 도매상이 전농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모색하는 계기도 제공했다.
일본인들은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지만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어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일본 농수산성은 이런 점을 감안해 사료용 쌀의 전작을 추진하고 있고 전농도 이에 호응해 전년도 생산량의 3배가 넘은 60만t의 사료용 쌀을 매입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쌀의 가격이 시장 원리에 정해지지 않는 것은 수급을 반영하는 지표인 현물 시장이 없고 정치논리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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