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에서 치킨게임으로'…시한 무의미해진 이란핵협상
상대에 책임전가 '발빼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6월30일이던 시한을 사실상 세 번이나 넘길 공산이 커지면서 이란 핵협상이 시한이 의미 없어진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그간 정한 시한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매듭이었다.
6월30일은 지난해 11월 양측이 최종 협상 타결일로 정했던 날짜였고. 두번째 시한인 7월7일은 러시아에서 9∼10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SCO엔 핵협상의 핵심 인사인 이란 대통령과 러시아·중국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탓이다.
세번째로 연기된 시한인 7월10일은 미 의회의 핵협상에 관한 의회승인법이 그 근거로 해석됐다.
의회승인법에 따르면 7월10일 자정(한국시간 11일 오후 1시)까지 최종 협상안을 미 의회에 제출하지 않으면 의회의 검토기간이 30일에서 60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미 공화당, 걸프 수니파 왕정, 이스라엘, 이란 군부 등 핵협상에 부정적인 세력이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탓에 미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직 시한이 완전히 지난 것은 아니다.
포괄적 핵협상안을 잠정타결했던 4월2일을 고려하면 양측이 합의한 10일은 협상이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시간대가 기준으로 보인다.
의회승인법에 따른 '유리한' 조건은 사라졌지만 핵협상 시한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7시까지로,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미 재무부가 6월30일 발표한 공동행동계획(JPOA)에 따른 일부 대(對) 이란 제재 해제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11일 자정(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까지다.
그렇지만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시한은 이제 무의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시간대로 이날 밤 12시 이전에 협상을 타결한다고 해도 미 의회승인법의 검토기간은 이미 60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모두 9일 밤(오스트리아 시간) "시한에 쫓기지도, 서두르지도 않겠다"고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았다.
양측 모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시한 자체가 무의미해진 셈이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결단과 양보만을 거듭 강조했다.
양측이 2013년 11월 역사적인 JPOA 합의 뒤 1년 9개월 간 서로의 조건을 주고받으며 치밀한 수싸움을 벌이는 체스를 뒀다면 이제부터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국면에 접어들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는 언급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10일 협상에 관여한 이란 소식통을 인용, "서방이 자신의 요구를 늘리고 이란을 국복시키기 위해 심리전을 시작했다"며 "미국이 특히 협상 막판에 과도하게 요구해 협상이 교착됐다"고 비난했다.
이 소식통은 "서방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란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협상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도 "무한정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며 이란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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