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반격'…담합 건설사에 4천억원 손배 나서나
도시철도2호선 공사 담합 21개 건설사 상대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발주 당시 건설사들의 담합으로 사실상 수천억원의 공사비를 날린 인천시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의 날을 세우고 있다.
10일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담합 사실이 적발된 21개 건설사에 대해 작년 4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인지세 부담 등을 고려, 당초 배상 청구액이 최소한도인 1억원으로 설정됐지만조만간 실제 손실액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배상 청구액이 4천억원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와 건설사의 악연은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 때인 2009년 4월로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을 포함한 21개 건설사는 낙찰금액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담합을 도모했다.
이들 건설사는 총 16개 공구 중 15개 공구에서 낙찰 건설사를 자기들끼리 미리 정했다. '다른 공사에 참여시켜주겠다'며 들러리 건설사도 포섭했다.
들러리 건설사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B설계'를 의도적으로 제출, 사전에 정한 건설사가 낙찰받도록 밀어줬다.
건설사의 담합은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다.
공구마다 각각 2개 컨소시엄만 참여했고 공구별 낙찰자가 중복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예산 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인 낙찰률도 평균 97.56%로 인천시가 줄 수 있는 액수의 최대치를 챙겼다. 16개 공구의 공사계약 낙찰금액은 총 1조2천934억원이었다.
담합이 없다면 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입찰사끼리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며 서로 적은 금액으로 응찰하려고 애쓰고, 결국 낙찰금액도 떨어지게 되지만 인천도시철도 입찰 땐 경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작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건설사들의 담합 실태가 드러났고 공정위는 21개 건설사에 총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제 관심은 인천시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할지, 승소한다면 얼마의 손해배상액을 챙길 수 있을지에 집중된다.
시는 건설사 담합에 따른 재정 손실액을 수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16개 공구 중 유일하게 담합이 없었던 206공구의 낙찰률은 65%였다.
비슷한 시기에 발주된 수서∼평택 수도권고속철도 9공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 6공구, 서울지하철 9호선 923공구 공사의 낙찰률도 63∼68%였다.
인천지하철 2호선 평균 낙찰률 97.56%와는 약 30%포인트 격차가 있다. 만약 인천 2호선 낙찰률이 당시 추세대로 65%였다면 실제 계약금액보다 4천억원은 더 싸게 계약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는 건설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 소송 확정판결이 모두 끝나면 손해 감정평가를 실시, 손해배상 청구액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21개사 중 3개사는 과징금 불복 소송을 포기했고 4개사는 지난 5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나머지 14개사의 항소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는 앞서 유사 소송에서도 손해배상 청구액을 상향 조정하고 1심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
시는 공정위가 2007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인천 연장구간 건설공사에서 입찰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2개 건설사에 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 손배 청구액은 1억100원이었지만 손해액 감정평가를 거쳐 청구액을 634억원으로 늘렸다. 입찰 당시 낙찰률은 약 86%였지만 66%의 낙찰률로도 충분히 계약이 가능했다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인천지법은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시가 주장한 손해배상액 634억원을 전액 인용하며 시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승소한 시는 건설사의 항소로 2심에 참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가 입찰 당시 담합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혈세를 퍼주고 뒤늦게 소송전을 치르느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도시철도건설본부로부터 1천100억원대 특혜를 받은 것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철도운영시스템 업체에 대해서는 시가 어떠한 환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한구 인천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계양4)은 "3년 전 도시철도 공사 입찰담합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 적정가격으로 재계약했다면 이렇게 소송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며 "토목공사 손해배상과 함께 운영시스템 분야에서도 재정 손실을 환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시가 초기에 건설사 담합 사실을 입증하긴 쉽지 않았다"며 "철저한 소송 대응으로 반드시 손해를 회수해 시민 혈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서구 오류동에서 남동구 운연동까지 29.2km 구간에 건설되고 있다. 총 예산은 2조1천644억원이며 내년 7월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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