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 '막말 행진' 트럼프에 "발언 수위 낮춰라" 경고
공화 전국위원장 트럼프에 직접 전화…트럼프 태도변화 여부 불투명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멕시코 이민자들을 겨냥한 '막말 퍼레이드'로 큰 논란에 휩싸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결국 당 전국위원회로부터 '말조심' 경고를 받았다.
트럼프의 막말을 계속 방치했다가는 당 전체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자칫 내년 대선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지도부가 고심 끝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언론은 9일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전날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45분간 통화하면서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공식으로 주문했다고 전했다.
프리버스 위원장이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은 당내 유력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에 막대한 후원금을 내는 이른바 '큰 손'들까지 나서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프리버스 위원장에게 트럼프가 당 전체에 누가 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트럼프에게 히스패닉계를 적극적으로 껴안는 것이 당 전국위원장으로서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지금의 발언은 트럼프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모욕적이고 불괘한 것인 만큼 발언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트럼프가 당 지도부의 이번 경고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는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프리버스 위원장에게 뭐라고 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논란성 발언을 항변하면서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자신의 '소신 발언'이 지지율 반등으로까지 이어지자 핵심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기색도 역력한 상황이다.
그는 7일 밤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멕시코 출신 남성 불법이민자의 '묻지마 살인'을 거론하면서 "그 남자는 5번이나 추방됐는데 멕시코는 그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이 많은 범죄자를 우리나라로 자꾸 보내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8일 NBC 뉴스 인터뷰에서는 "많은 합법 이민자들이 나와 함께 일하고 있고 그들 중 다수는 멕시코에서 왔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들을 사랑한다"면서 "내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면 히스패닉의 표를 얻어낼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1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를 겨냥해 "그들은 문제가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 범죄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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