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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
<중국증시 폭락> 25년전 일본 '버블 붕괴' 닮았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포스트 버블'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칼럼을 통해 최근 중국 증시가 붕괴하는 모습을 이렇게 빗댔다.
중국 증시가 붕괴하는 모습은 25년전 거품이 일시에 터진 일본 증시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 이 신문의 지적이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14%,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그 비율은 1990년 당시의 일본과 똑같다.
명목 GDP 대비 시가 총액 비중은 25년 전 일본이 142%였고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한 시가총액의 비중도 최근 100%를 초과해 일부에서는 "버블 신호등에 불이 켜졌다"는 말도 나온 바 있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도 25년전의 일본 증시와 닮았다. 일본 증시에서는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11조엔이나 순매수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4조엔, 투신은 3조엔을 팔아치워 주가지수를 크게 떨어트렸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신용 거래로 주식을 매수한 개인들이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자 보유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정부당국이 여러가지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식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역방향을 취하면 주가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얻은 교훈이라는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적 기금에 의한 주식 매입이나 금융 기관의 지분 매각 억제 등을 통해 이른바 'PKO (Price Keeping Operation.주가 방어작전)'을 펼쳤지만 닛케이 평균 주가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의 리서치 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상하이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다. 60배 부근까지 올라갔던 1989년 당시의 일본에 비해서는 낮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버블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 증시는 PER가 매우 낮은 은행주의 비중이 커서 실체보다 낮은 것처럼 보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성장세가 아래 쪽으로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에 익숙해 있던 시장이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새로운 정상(뉴 노멀)에 적응하는 것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예상을 넘어 감속하기 시작하자 중국 당국은 당황하고 있다. 구조 개혁에 제대로 손을 대기 전에 서둘러 경기 부양 조치에 나선 것이 중국 당국의 난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당국의 의지를 믿은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한때 상하이 증시의 거래량은 뉴욕 증시를 추월할 정도가 됐고 이에 동반해 주가 지수는 5,000선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의 기대를 저버리듯 경제 정책의 신통력은 현격히 떨어졌다. 그 한 예로 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통화 증가율은 5% 정도에 그친다. 버블이 터진 이후 일본에서 신용 승수의 하락과 같다.
중국의 경우는 위안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시들면서 해외 핫머니가 유출로 돌아서 외환 보유액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도 통화공급량의 증가율이 부진한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부가 취한 또다른 대책은 인프라 건설사업에 매진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투자를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 목격한 모습이다.
정부 당국이 주식 수급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도 데자뷔(deja vue: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 해당한다. 21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1천200억 위안의 자금을 상장지수펀드에 긴급 투입키로 결정했고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아마도 공적 자금을 투입할 공산이 크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이 포스트 버블 시대에 과도한 부채를 쌓아올린 점을 상기시키면서 중국도 이런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일본이 거쳤던 '포스트 버블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라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맥켄지에 따르면 2007년 7조4천억 달러였던 중국의 부채는 지난해 4배 가까운 28.2조 달러로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리스 위기와 중국 증시의 버블 붕괴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중국 쪽이 더 크다면서 서구 언론들은 그리스에 대한 보도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일본의 투자자는 다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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