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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형 작가 : 사진 목정욱 |
한은형 "재미와 탄력이 있는 소설, '잔인한 글' 쓰고 싶다"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거짓말'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진심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편이 낫다. 상대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위해서다.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는 눈에 나를 유기(遺棄)하고 싶지 않으니까."(139쪽)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최하석은 어른의 허위의식을 경멸한다. 하석은 남학생과 발가벗고 커튼을 덮어쓴 채 잠을 자다 들킨 사건으로 2주 '근신' 처분을 받는다. 그는 주어진 반성문 20장 대신 35장짜리 소설을 쓰고 자퇴한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금방 이 생활도 혐오스럽게 느낀다. 하석은 이내 거짓말로 자기를 방어하며 바깥 세계와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신인 소설가 한은형(36)의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장편 '거짓말'(한겨레출판)은 주인공 하석의 성장소설이다.
8일 서울 광화문의 음식점에서 만난 작가는 "하석은 저라고 해도 거짓말일 것 같고 저가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는 자기 실제 경험도 많이 들어 있다고 털어놨다.
책은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6년을 배경으로 했다.
작가는 "외환위기 전인 1996년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면서도 뭔가 지겹고 힘겨운 게 있었다"며 "그 시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추천사 가운데 정홍수 문학평론가의 평이 가장 와닿았다고 했다.
정 평론가는 "화자의 위악과 당돌함은 의외로 이 소설의 겨냥점이 아닐 수도 있겠다"며 "오히려 있을 수 있는 위악의 상투성을 거절한 자리에서 투명하게 돌출하는 자기 배려의 순진성이 화자의 이야기에 특별한 감흥의 순간을 만든다"고 작품을 평했다.
거짓말을 반복하고 회의로 가득한 하석이 사실 '까칠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석은 사랑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 냉정한 듯하면서도 집요하고, 못된 것 같지만 누구보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하석은 작가 자신이면서 작품을 읽는 독자일 수도 있다.
2012년 등단해 지금까지 2권의 책을 펴낸 신인인 그는 "읽는 사람이 다 다르게 느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소설을 '재미와 탄력이 있는 소설'이라고 칭했다.
작가는 "레이스 직물이 레이스일 수 있는 건 무수한 구멍 때문이라는 말이 얼마 전 감명깊게 다가왔다"며 "독서란 독자가 작가가 쓴 것을 보되 작가가 쓰지 않은 부분을 떠올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을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가로서 어떤 평을 듣고 싶냐는 질문에는 "잔인하다는 말이 좋다"고 답했다.
작가는 "J. M. 쿠체의 작품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게 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자신을 까발리는 듯한 신랄함이 있다"며 "스트립쇼를 하는데 전혀 벌거벗은 몸이 아닌 하나의 옷으로 보이는, 그 느낌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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