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펀트 "이야기 잘하는 뮤지션으로 기억됐으면"
3년만에 정규앨범 '맨 온 더 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감성 힙합 듀오로 불러주시는 데 그것보단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감성 힙합이 아닌 이루펀트의 음악이니까요."
힙합 듀오 이루펀트(키비, 마이노스)가 3년 만에 정규앨범 '맨 온 더 문'(Man On the Moon)을 발표했다. '맨 온 더 문'은 '맨 온 디 어스'(Man On The Earth), '아폴로(APOLLO)'를 잇는 이루펀트 3연작 프로젝트의 마지막 앨범이다. 2006년 데뷔 이후 '감성 힙합 듀오'로 불리며 팬들을 사로잡은 이루펀트는 이번 앨범에서도 달에 관련된 정서를 주제로 삼았다.
이루펀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루펀트라는 뮤지션이 달에 가는 여정을 긴 호흡으로 만들어보자며 3연작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며 "무엇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이상향이나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간다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씨스타의 소유를 필두로 김태우, 김필, 버벌진트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또 3년 만의 앨범인 만큼 타이틀곡 '심심할때만'을 비롯해 총 5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마이노스는 "곡을 작업하며 이번 곡에는 어떤 목소리가 들어오면 멋있게 완성되겠다고 판단하고 그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에게 피처링을 부탁한다"며 "친하면 편하게 이야기하고, 아닌 경우에는 소개를 받아서라도 부탁한다"고 했다.
2006년 '이루펀트 베이커리'로 데뷔한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힙합이란 장르 안에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멤버들이 처음 힙합을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키비는 "중학교 방송반 시절 프리스타일 랩을 처음 알게 됐다"며 "랩은 저같이 아예 말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멋있는 언어였다"고 설명했다.
마이노스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외국 밴드 CD를 빌려 들으며 힙합을 알게 됐다"며 "저를 표현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수업시간에도 가사를 썼다. 그리고 힙합 뮤지션이 되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대구에서 각각 음악 활동을 하던 키비와 마이노스는 고등학교 때 PC통신 소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녹음한 음악 파일을 우연히 같은 날 소모임 게시판에 올리면서 서로를 알게 됐다.
마이노스는 "게시판에 '미운 오리 새끼'라는 곡을 올렸는데 키비도 같은 날 '삼류시인의 시'라는 곡을 올렸다"며 "주위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같은 사람이냐'고 물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의 곡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수년이 흐른 뒤에 '이루펀트'를 결성했다.
이루펀트의 진정성 있는 가사는 이들에게 '감성 힙합 듀오'라는 별칭도 선사했다. 이런 탓에 아이돌 그룹의 작사 작업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도 종종 온다고 한다. 가사를 어떻게 작업하는지 물었다.
키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영화·책을 볼 때 맴도는 구절이 있으면 노트에 적어놓는다"며 "김치를 익히면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적은 글들을 나중에 꺼내서 곡을 쓴다"고 했다. 마이노스도 "술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툭 던지는 말들을 기억해 반영한다"며 "제 살에 와 닿는 듯한 표현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골수팬들도 많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펀트의 음악을 들었다'며 인사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예전 2집 나올 때부터 고등학교 체육복 입고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어요. 얼마 전 앨범 음감회를 열었는데 그 친구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왔더라고요.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마이노스)
처음 힙합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컸다. 부모님은 음악 말고도 생소했던 힙합을 한다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님이 힙합 뮤지션 이름을 알 정도로 힙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장르가 주목받은 시기는 계속 바뀌는 거 같아요. 대형기획사들도 힙합 음악을 표방하는 팀들을 많이 내놓고, 힙합 장르 자체가 자연스러워지는 분위기에요. 일례로 요즘 음악들이 가사에 라임을 맞추기 시작하더라고요." (키비)
이루펀트에게 좋아하는 뮤지션을 묻자 김광석, 공일오비, 윤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가사에 신경 쓰는 음악은 다 좋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서로는 어떤 뮤지션일까.
"키비는 저랑 다른 어투를 사용하는 작사가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낼 때 잘 맞는 부분도 많지만 제가 생각 못했던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제가 팬입니다." (마이노스)
"마이노스는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넒은 뮤지션이에요, 솔로 무대에서 에너지가 엄청나지요. 한정 지을 수 없는 자기 영역이 있어요. 팀 동료이기도 하지만 솔로인 마이노스의 무대를 보고 싶어요" (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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