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환 감독 1948년 영화 '해연' 일본서 발굴(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7 14:13:42
  • -
  • +
  • 인쇄


이규환 감독 1948년 영화 '해연' 일본서 발굴(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영상자료원은 해방 후 첫 문예영화 중 하나이자 배우 조미령의 데뷔작인 이규환(1904∼1982) 감독의 '해연'(1948)을 일본에서 발굴, 수집했다고 7일 밝혔다.

흔히 '갈매기'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영화 '해연'은 그동안 원본 필름의 향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영상자료원 수집부는 일제강점기 한국 관련 영상물을 조사하려 작년 일본 NHK 아카이브, 일본영상자료원, 고베영화자료관 등을 방문했다가 고베영화자료관에 한국 극영화 필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스이 요시오 고베영화자료관장은 "3년 전 고물상에서 발굴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보존고에는 한자로 '海燕'(해연)이라는 제목이 적힌 필름 캔 속에 9롤의 35㎜ 질산염 필름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담겨 있었다.

영상자료원은 고베영화자료관과 여러 차례 협상해 이 필름을 보존 목적의 '듀프&사운드 네거티브'와 '상영용 프린트' 필름으로 제작해 국내 반입하기로 결정했고, 일본 현상소 중 하나인 이마지카 웨스트에서 복사해 지난달 국내로 들여왔다.

영상자료원은 이 필름의 디지털 활용본(DCP)을 제작해 이날 오전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했으며 오는 16일과 19일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다.



데뷔작 '임자 없는 나룻배'(1932)와 '나그네'(1937)로 잘 알려진 이규환은 민족정신을 담아 사실적으로 현실을 그린 작품들을 만들어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감독이나 그의 작품은 은퇴 기념작 '남사당'(1974)이 유일하다.

그동안 국내 영화계는 그의 해방 전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해연'의 발굴에는 의미가 있으며, 특히 1940년대에 제작된 한국영화 89편 가운데 16편(18%)만 보존된 터라 사료적 가치도 크다.

'해연'은 1947년 말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10월에 완성된 작품으로 개봉 당시 신문 광고에 '해방 후 최초의 문예영화'라는 문구의 광고가 실린 35㎜ 발성 영화다.

이에 대해 김종원 평론가는 "같은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하더라도 어떤 건 '멜로드라마', 다른 어떤 건 '문예영화'라고 부른다"며 문예영화의 범주가 뚜렷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해방 후 최초의 문예영화'라는 수식어는 부풀려지기 마련인 광고 문구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연'의 원본 필름 리더 부분에는 '공보처'의 검열 직인이 찍혀 있다. 이 영화는 부산에서 상영되다 당국에 압수되는 사건도 겪었다.

이날 공개된 영화는 보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만큼 양호한 상태로 보존된 모습이었다.

1940년대 전차가 다니는 서울 골목골목과 부산 바닷가의 소년감화원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당시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오리지널녹음 작업을 거쳤다고 하는 교향악단 연주와 합창 등 음악도 인상적이다.



감화원은 고아나 부랑 소년을 모아 형무소에서 분리해 집단생활을 시키며 농업과 공예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철수(박학)와 파혼한 후 이곳을 찾아 교사로 일하는 정애(남미림)와 언니를 잠시 방문한 동생 정숙(조미령)이 사랑으로 감화원 소년 수길(최병호)을 대하며 변화를 이끈다는 줄거리다.

특히 '해연'에서는 감화원 소년들의 단체 노동 장면과 수길의 회상 장면이 주목할 만하다고 영상자료원은 분석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일꾼들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단체 노동 장면은 곡괭이로 땅을 파는 소년들과 세찬 파도의 이미지를 병치하면서 웅장한 합창단 노래를 입힌 '소비에트 몽타주' 스타일로 그려졌다.

가출한 수길이 부랑자가 돼 겪는 대도시 서울의 위험한 풍경은 속도감 있는 쇼트 배열의 '몽타주 시퀀스'로 구성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임권택·고응호 감독, 배우 이해룡·최남경·최정민, 성우 고은정 등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또한 배우 조미령과 결혼한 이 영화 제작자 고 이철혁씨와 조미령의 가족들도 시사회장을 찾았다.

관객들은 74분간 서울과 부산의 옛 모습,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들에 감탄하거나 웃음을 터뜨렸으며 스크린 가득 '끝'이라는 글자가 뜨자 박수를 보냈다.

조미령의 손녀뻘 되는 한 젊은 친척은 영화 관람 후 "할머니의 젊었을 적 모습과 옛날 작품이 새로워 보여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