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무섭네"…임금교섭 타결 빠르고 인상률 낮아
올해 상반기말 교섭 타결률, 외환위기 이후 최고
(세종=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그리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경기둔화가 심각한 양상을 띠자 올해 임금교섭은 속속 타결되고 있다.
고용 안정이 우선인 까닭에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인상률을 감내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100인 이상 사업장 1만571곳의 임금교섭 타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임금교섭 타결률이 43.7%에 달했다. 이는 작년 동기(17.5%)보다 26.2%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상반기말 임금교섭 타결률이 40%를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상반기말(47.5%) 이후 15년만이다.
임금교섭 타결은 노조가 없는 기업이 주도했다.
무노조 기업의 임금교섭 타결률은 지난해 상반기말 19.1%에서 올해 상반기말에는 무려 53.1%로 높아졌다. 유노조 기업은 13.6%에서 17.9%로 오르는데 그쳤다.
기업규모별로 임금교섭 타결률을 보면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이 44.9%로 가장 높았다. 1천인 이상 사업장은 31.5%로 가장 낮아 규모가 클수록 타결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임금교섭 타결 속도는 빠른 반면 임금인상률은 낮아졌다.
임금교섭을 타결한 사업장의 임금총액 인상률은 지난해 상반기말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3%를 기록했다.
임금교섭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으로는 절반 가까운 사업장이 '기업 실적·성과'(48.0%)를 꼽았다. 기업 실적이 나빠지다 보니 임금인상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사업장의 비율도 17.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말(9.2%)의 2배 가까운 수치다.
통상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상반기말보다 14.2%포인트 하락한 4.9%를 기록했다. 재작년말 통상임금의 범위를 대폭 넓힌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지난해 통상임금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가, 올해 다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상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된 가운데 국내외 경기 악화로 기업 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 상반기 임금교섭 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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