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해진 미국-베트남 관계…지아이조-베트콩도 우정 나눠
참전 베트남 장성 "우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선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40년 전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미국과 베트남의 참전용사들이 우정을 논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국의 베트남전(1960∼1975년) 참전자들 중 일부는 정기적으로 함께 어울리는 파티까지 열고 있다.
베트남전에 참가한 미국 텍사스 출신의 해병 래리 베터의 경우 전날 베트남 다낭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파티를 열었다.
참석자 중에는 베트남전 때 미군에 잡혀 9년 동안 고문을 당한 참전자나 미군의 포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참전자도 있었다.
베트콩 출신 응엔 티엔은 "우리는 과거를 모두 잊었으며, 참전한 미군 병사들에게 우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전 미군들은 베트남 민간인들로부터 더 큰 호감을 얻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해병으로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2007년 다낭으로 이주한 데이비드 클라크는 "참 이상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미군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이 왔다고 하면 공짜로 저녁을 먹이고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손님으로 대접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더 나아가 베트남인들이 미국이 아시아에서 더 큰 군사적 지배력을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장성으로 베트남전에 참가했다가 퇴역한 래 반 끄엉은 "여러 대안 가운데 베트남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평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전쟁이 끝나고 20년 뒤인 1995년에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1995년 800명에 불과하던 베트남인 미국 유학생은 작년 1만6천명까지 늘었다.
왕성한 교류와 함께 호감도 높아졌다. 올해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75%가 미국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30세 이하로 내려가면 호감을 지닌 이들이 88%까지 치솟는다.
최근 들어 미국과 베트남의 우호는 중국의 세력확장과 더불어 더 돈독해졌다고 NYT는 분석했다.
베트남과 중국은 1979년 국경 분쟁 때문에 전쟁을 치렀으며, 최근에는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며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고조됐다.
미국이 중국의 세력확장을 막으려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베트남도 미국의 접근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은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다른 10개국과 함께 창립회원으로 참여한다.
미국은 아시아 경제질서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으려고 TPP에 공을 들이고 있고, 베트남은 중국을 통하지 않고 교역할 경제적 활로로 TPP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이날부터 10일까지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을 맞아 이날부터 10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방미는 사상 처음이다. 쫑 서기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와 양자 국방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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