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10월에 운영자 3차 공모 예정 불구 정상화까지 산 너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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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투쟁 벌이는 권옥자 분회장. |
<지역 이슈> '공멸' 선택한 노사…청주 노인전문병원 운명은
1년 끌어온 임단협 결렬로 병원 임시폐쇄…새 수탁 예정자도 '포기'
청주시, 10월에 운영자 3차 공모 예정 불구 정상화까지 산 너머 산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아쉬웠다.
작년 3월 시작된 시립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노사 분규가 해를 넘길지는 몰랐다. 노사의 지루한 공방이 결국 임시 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공멸'의 길을 가게 될지는 더더욱 몰랐다.
'대립과 반목'이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보니 '타협'이 파고들 여지는 한치도 없었다. 노사의 공멸에 시민들은 탄식을 자아냈다.
청주시가 2009년 9월 서원구 장성동에 문을 연 노인전문병원은 시작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첫 민간위탁운영자인 정산의료재단(효성병원)은 간병 업무를 재위탁한 것이 문제가 돼 4년 수탁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2011년 12월 운영권을 반납했다.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이 병원은 노인성 질환자 진료와 요양을 위해 건립됐다.
효성병원에 이어 노인전문병원 두 번째 수탁자로 나선 씨엔씨재활요양병원의 한수환 전 원장은 적자 심화와 의료 인력 공백을 이유로 지난달 5일 의료기관 개설 허가증을 시에 반납하고 자진해서 병원 문을 닫았다.
노인전문병원 임시 폐업으로 환자들은 민간 노인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두 떠났다. 노사 분규에 중증 환자들이 내몰린 것이다. 노인전문병원 조례상의 건립 목적과 정반대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말았다.
◇ 갈등의 연속…견원지간이 된 노사
한 전 원장의 병원 운영 초기인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전체 직원 160명 중 90여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한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충북지역지부 노인전문병원분회가 설립된 2013년 10월 노사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노사간 파열음이 생겼다.
노조 측은 애초 임금인상, 근무제 개선, 인력 충원,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슈로 삼았다.
그러다가 근무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했으나 노사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인력 충원 없는 간병인 3교대 전환근무제 시행에 반대하며 작년 3월 29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노인전문병원에 파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사측은 취업규칙상 정년 규정을 내세워 간병인 등 11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 투쟁에 돌입하며 청주시에 한 당시 원장과의 위탁 해지를 요구했다. 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서서 관망했다. 노조의 권옥자 분회장은 삭발, 단식으로 투쟁의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노사는 기자회견에 반박 기자회견을 되풀이하는 여론전을 펴면서 뜨거운 여름을 지내는 동안 양립할 수 없는 견원지간으로 변해갔다.
작년 10월 말 사측이 시의 중재로 2명을 제외한 해고·대기 발령자 원직 복직을 결정,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연말까지 벌어진 7차례 집중교섭은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노사는 근무제도와 정년 문제 등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고, 의견 접근은 이뤄지지 않았다.
◇ 노사, 상생 대신 파국을 택하다
노조는 집중교섭에서 2일 격일 1일 주간의 24-24-10 근무제, 사실상의 정년제 폐지, 체불임금 8억9천만원 지급, 사측이 환자 폭행 및 의료법 위반자로 규정한 2명의 복직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주간 10시간과 야간 14시간 교대 근무의 10-14 근무제, 정년 60세 적용, 체불임금 대신 위로금 형식으로 개인별 5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고,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해가 바뀌면서 노조는 더욱 강경해졌다.
노조는 지난 1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이 권 분회장을 포함해 14명을 정년을 이유로 해고했고 복직 조합원조차 중징계했다. 한 원장과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라"고 시를 압박했다.
한 전 원장은 3일 뒤 "노조는 정년 없는 병원, 임금체불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24시간 근무체계 유지를 원한다. 매달 평균 5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체불임금 관련 노조의 가압류로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안돼 경영이 최악인데 사측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는 호소문을 냈다.
양측은 그렇게 등을 돌렸다.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대한 막판 '통 큰 양보'에 따른 대타협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시의 중재활동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한 전 원장은 지난 3월 19일 노인전문병원 수탁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투쟁, 노동 행정관서의 편파적인 행정지도와 중재·판정, 시의 무리한 감사, 늘어나는 적자 등에 따른 경영난을 폐업 이유로 밝혔다.
◇ 더 혼미해진 노인전문병원 앞날
청주시는 한 전 원장의 수탁 포기서 제출에 따라 민간위탁운영자 제1차 공모에 나섰다. 개인 병원이 응모했지만, 적격 심사에서 탈락해 2차 공모로 이어졌다.
2차 공모에서 종합병원 운영 경력의 청주병원이 새 수탁자로 결정됐다. 청주병원은 한 전 원장 체제에서 미제로 남은 '노조 문제'가 선결 과제였다.
청주병원은 "노조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수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처음부터 배수진을 쳤다. 노조는 애초부터 청주병원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한 전 원장이 예고한 노인전문병원 폐업일이 다가왔다. 시는 노인전문병원 임시 폐업일인 지난달 5일 이전에 입원 환자들을 다른 곳으로 모두 안전하게 전원(轉院) 조처했다.
청주병원은 지난달 23일 수탁 포기를 의사를 공식 밝혔다. 청주병원 측은 "노조와의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본격적인 병원 운영 이후의 노사 교섭 당사자 문제가 가장 컸다"고 이유를 밝혔다.
청주병원은 줄곧 노인전문병원 노조가 노사 협상의 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던데 반해 노조 측은 상급 노동단체에 협상권을 위임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믿었던 청주병원까지 손을 떼면서 노인전문병원의 임시 폐쇄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시는 수탁자 전국 공모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는 조례 개정을 거쳐 오는 10월 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운영자 3차 공모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미 노인전문병원이 폐업되면서 3차 공모에서는 근로자 고용 승계 조건이 붙지 않는다.
청주병원이 부담스러워했던 기존 노조와의 관계는 청산이 된 셈이다.
그러나 3차 공모에서 수탁자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수탁자가 나타나더라도 폐업으로 실직자 신분이 된 노조원들의 요구대로 고용 승계가 관철되기도 쉽지 않다. 노인전문병원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시는 시청 정문 앞 인도 일부를 무단 점용하고 있는 노인전문병원 노조 천막을 곧 강제 철거할 예정이다.
여기에 맞서 '실직' 노조원들은 연일 노인전문병원 공공성 강화와 정상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설땅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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