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① "사극은 왜곡 아닌 변용"(이창섭 MBC '화정' CP)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TV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역사 왜곡' 논란이다.
TV 사극을 역사 교과서가 아닌 드라마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 사극은 일반인들이 역사를 가장 손쉽고 광범위하게 접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마음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늘 충돌하곤 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던 TV 사극이 고려 출신으로 원나라에서 황후에 올랐던 실존 인물 기황후를 다룬 MBC TV '기황후'(2013~2014)다.
드라마는 종영 때까지 역사 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화려한 영상 덕분에 30%에 가까운 유례없는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합니까>는 해묵은 이 논란에 대해 이미 잘 알려진 찬성과 반대 견해를 다시 다루기보다는, TV 사극이 역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차원에서 두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MBC TV 팩션사극 '화정'의 책임프로듀서를 맡은 이창섭 MBC 드라마국 부국장은 먼저 '왜곡'이라는 용어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변용이나 창작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국장은 6일 역사적인 사실을 무리하게 바꿀 경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작진이 수많은 논의를 거쳐 그 해석과 변용 정도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 이창섭 MBC 드라마국 부국장(드라마 '화정' 책임프로듀서)
일단 '역사 왜곡'이라는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다. 역사 왜곡은 그로 말미암아서 얻어지는 정치적인 이익이 있을 경우를 뜻한다. 중국 동북공정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그에 해당한다. 만약에 TV 사극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가정해도 그 때문에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화정' 주인공인 광해를 예로 들어보자. 광해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폭군으로 인식됐다. TV 사극이 그런 광해를 나름대로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인 감각을 가졌고 개혁적인 군주였다고 묘사한다고 해서 제작진이나 방송사가 얻는 정치적인 이익이 있는가.
TV 사극은 역사라는 소재를 써서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변용하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기록된 역사가 없는 부분은 작가가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작을 하는 것이다.
드라마적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변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따져보자. 먼저 사람들이 유독 드라마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은 소설에나 영화에는 거의 좀처럼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TV 사극의 역사 왜곡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애정과 관심을 두고 그 드라마를 보았는지 역으로 묻고 싶다.
물론 TV 사극이 시청자들이 모두 아는 역사적인 사실을 무리하게 바꾼다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TV 사극 제작진도 그런 부분은 피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TV 사극을 사전에 기획할 때 무수한 논의를 거친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바꾸는 것이 다수 시청자에게 받아들여질지, 그것을 바꿀 때 역사적인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공간을 어떻게 메울지를 철저히 계산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화정'도 광해와 정명 공주를 비롯한 다수는 실존 인물이다. 실존 인물은 역사적인 기록에 의존해서 가고 있다. 하지만 배우 조성하가 맡은 강주선 같은 경우는 가상 인물이기에 그 부분은 허구로 가되, 드라마 전개를 돕는 극적 장치라는 관점에서 구상한다. 그걸 왜곡이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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