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란중앙은행 수석부총재 "이란은 그리스와 달라"
"서방 제재 해제되면 모든 경제분야 성장 기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인터뷰는 그리스의 세계적 관심사인 국가부도 사태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란도 오랜 경제 제재와 저유가 장기화로 정부 재정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란 정부는 누누이 부인해 왔지만 서방 언론에선 이란이 핵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한계에 부딪힌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해왔다.
아크바르 코미자니 이란중앙은행(CBI) 수석부총재는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과 그리스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경제 제재와 저유가로 이란 경제가 영향을 받지만 이란은 그리스와 달리 부채가 없다"며 "현재 부채로 잡힌 것도 경제·금융 제재로 지불하지 못한 금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란은 현재 외환보유량이 충분한데다 제재가 풀리면 해외 동결자산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란 경제는 매우 양호하고 튼튼하다고 평가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미자니 수석부총재는 핵협상 타결로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발목이 묶였던 이란의 경제적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외국과 교류를 확대한다는 게 현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라며 "그 결과로 한때 역성장이던 이란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란중앙은행은 5월1일부로 기준금리를 22%에서 20%로 내렸다.
이를 두고 이란 정부가 제재 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리얄화의 유동성을 늘려 환율 급변동을 방어하려는 선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코미자니 수석부총재는 이에 대해 "핵협상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물가상승률이 지난 회계연도 4분기(2014년 12월∼올해 3월) 14% 정도로 떨어져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재 해제로 리얄화 가치가 상승하고 물가가 더 안정되면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안으로 인하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얄화의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시중 환율은 달러 당 3만3천 이란리얄이 안팎이다. 애초 달러당 1만리얄이었다가 2012년 미국의 국방수권법 시행으로 경제 제재 수위가 강화돼 세 배로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0달러만 환전해도 300만 리얄이 넘어 지갑에 담지 못할 정도다.
코미자니 수석부총재는 "디노미네이션은 이전 정부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라며 "먼저 경제 상황이 안정되면 디노미네이션을 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의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외국 기업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이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더 정책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도 물적 교류뿐 아니라 이란에 대한 투자도 늘려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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