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 "라만차 이발사라면 떠오르는 존재되고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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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맨오브라만차'에 이발사로만 505회 출연
"무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치 내 안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기분"

배우 김호 "라만차 이발사라면 떠오르는 존재되고파"

2007년부터 '맨오브라만차'에 이발사로만 505회 출연

"무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치 내 안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기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때는 다른 역할도 욕심냈지만 이제는 '맨오브라만차'의 이발사라면 제가 떠오르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2005년 초연 이후 7번째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오는 30일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조승우, 류정한을 포함해 지난 10년간 주인공이 황정민, 정성화, 서범석, 홍광호 등으로 변하는 등 출연자들이 계속 바뀐 가운데서도 배우 김호(41)는 꿋꿋이 한 역할로 무대를 지켰다.

이 작품이 '돈키호테'에서 '맨오브라만차'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2007년 합류한 그는 지금까지 총 505차례 '이발사' 역할로 무대에 섰다. 그가 맡은 '이발사'는 돈키호테가 여정 중 만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자신이 쓴 면도 대야를 황금투구라고 주장하는 돈키호테를 정신 이상자쯤으로 여기지만 돈키호테의 진정성에 동화돼 나중에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장 출연의 소감을 묻는 말에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같은 역할로 이렇게 오래 무대에 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주위에선 이쯤 되면 '화석'급 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그는 제작사가 2007년 작품을 재정비하면서 상당수 배역을 교체하던 시기에 오디션을 거쳐 맨오브라만차에 이발사로 합류했다.

그는 "왜 뽑혔는지 모르겠다. 이발사가 정신없이 까부는 역할인데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극단 가교 등에서 오랜 기간 연기하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태껸과 재즈댄스를 배워 지도까지 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07년 첫 공연에서 '몸에 꼭 맞는 역할'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발사=김호'라는 공식을 만들어가며 매회 합류했다.

이번에 예정된 공연은 총 119회. 이번 공연까지 모두 마치면 그는 총 624회 출연 기록을 세우게 된다.

뮤지컬 무대에서 이처럼 같은 역할을 오랜 기간 한 배우는 몇 되지 않는다.

그는 이런 대기록을 세우며 역할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도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대에 익숙해지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심이 들수 있지만 전체 극의 흐름을 흩트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원칙 아래 애드립을 포함한 즉흥적인 연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를 야구경기에 빗대어 "개인 성적 욕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작은 역할이지만 날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작은 역할"임에도 주인공 못지않은 마음가짐으로 매번 준비한다.

특히 혼자 이 역할을 책임지고 있어 개막 후에는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쓴다며 "공연 3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한 습관이 베어있다"고 말했다. 이런 철저한 준비로 지난 505회 공연 중 단 한차례도 대역이 오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백번 똑같은 대사와 노래를 반복하자면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에 오르기 전이면 떨린다"고 말했다.

"무대 등장하기 직전에는 심장이 벌렁거려 죽을 것 같습니다. 노래도 할 때마다 떨려요. 그럼에도 막상 무대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 긴장감이 확 풀어지며 마치 내 안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기분입니다. 그 기분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런 노력에 제작사도 그가 이발사 역을 계속하도록 배려했다.

2013년 공연은 학교 강의 일정으로 참여가 어려울 뻔했지만 제작사가 연습 일정을 배려해주면서 연속 출연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산초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격상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발사는 너 아니면 안되겠다'는 얘기를 들은 후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제는 이발사계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산초 커버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한데 산초 맡은 친구들에게 그럽니다. 제발 아프지 말라고, 난 그냥 이발사만 하고 싶다고요."

8년째 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지켜본 만큼 그는 '맨오브라만차' 역사의 산 증인과도 같다.

그런 그가 꼽는 역대 최고의 돈키호테는 배우 황정민이다.

김 씨는 "마지막에 돈키호테가 죽음을 예견하며 계단을 올라가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돈키호테가 밑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한번 짓는 데 황정민 선배의 미소가 압권이다. 마치 여태까지의 힘든 삶을 한번에 녹여낸 미소인데 황 선배의 미소를 볼 때마다 울컥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서)범석이 형 미소도 만만치 않았다. (조)승우는 감정 연기가 기막히고, (정)성화는 연기가 맛깔 난다"며 다른 배우들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워낙에 좋은 작품이지만 올해 무대는 더 기대해도 좋다"며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번 본 팬들이라면 아마 더 밝고 가벼워졌다고 느낄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이 전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더 커졌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중에서도 이발사가 나오는 장면은 더 밝다. 쉬어가는 페이지 같은 장면이지만 관객들이 웃고 즐기면서 밝은 에너지를 더 많이 가져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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