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정치집회 방불케한 금요대예배…"미국·사우디 타도"
금속탐지기 설치·철저한 몸 수색…고위성직자 대서방 비난 설교에 구호 호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3일(현지시간) 금요 대예배가 열린 테헤란 모살러(대규모 예배가 열리는 개방형 이슬람 사원) 주변엔 경찰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종교 행사인데다 최근 테러 예방을 위해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고 한다.
모살러에 입장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금속 탐지기 통과와 몸수색이 이어졌고 가방은 주차장 버스에 차려진 임시 보관소에 맡겨야 했다.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입장 허가 비표와 바꾼 뒤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모살러에선 어차피 휴대전화 망이 차단돼 통화도 하지 못한다. 엄숙한 예배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한 원격 폭탄 테러를 방지하려는 조치로 보였다.
남녀 출입구가 달랐을 뿐 아니라 모살러 내부도 1층은 남자, 2층은 여자로 구분됐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금요 대예배 2부에 참석한 신도는 줄잡아 2만명은 됐다. 자신을 모하마드라고 밝힌 안내원은 다른 금요일보다 훨씬 신도가 많이 모였다고 했다.
그는 "아마 핵협상 때문인 것 같다"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이란의 연령별 인구 분포대로라면 30대 이하 젊은 층이 70%를 차지해야 하지만 이날 금요 대예배엔 대부분 노년층이었다.
또 테헤란 거리에선 여러 색깔의 히잡(이슬람권 여성이 머리를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을 다소 느슨하게 쓴 여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날은 모두 얼굴만 내놓고 머리부터 발까지 검은 천으로 가린 차도르를 입고 예배에 참석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살러로 향하는 길에선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직원들이 예멘, 팔레스타인을 돕자는 모금을 벌였다.
이날 2부 대예배의 설교자는 이란 고위 성직자이자 국가지도자운영회의(전문가회의) 위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이마니 카샤니였다.
신도가 잘 볼 수 있도록 2층 높이의 강단에 있는 설교대 앞엔 '이맘 호메이니 : 미국을 무찔러야 한다'는 문장이 영어와 이란어로 쓰여 있었다. 강단 옆엔 이란 국기가 눈에 띄었다.
한국으로 치면 교회의 강대에 태극기를 다는 것처럼 어색한 장면이다.
그러나 종교와 정치 지도자가 일치하는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선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카샤니는 종교 율법을 설파한 데 이어 정치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했다.
그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은 '이슬람국가'(IS)를 만들어 시아파를 공격하고 예멘에서 전쟁을 벌였다"며 "오만한 자(서방)들은 시아파에 누명을 씌우려고 여론전을 펴는 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신도들은 일제히 "미국을 규탄한다. 사우디를 타도한다"라는 구호로 호응했다.
카샤니는 또 "수니파 테러조직이 최근 시아파 모스크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며 수니파를 수차례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최고 지도자께서는 핵협상에서 우리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하자 신도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말로 일제히 화답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예배가 끝나 스마트폰을 되찾아 모살러 밖 주차장에서 신도들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평상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다가오더니 "저쪽으로 좀 갑시다"라고 손목을 세게 잡아끌었다.
이란 정부에서 받은 취재허가증을 보여줘도 막무가내였다.
그는 상관으로 보이는 양복입은 남자에게 기자를 데려갔다. 손에 무전기를 든 이 남자는 찍은 사진을 넘겨보더니 "문제될 만한 것은 없지만 웬만하면 사진 촬영은 하지 말라"고단단히 경고하고 기자를 보내줬다.
정부의 정규 조직은 아니지만 이란 사회에서 강경 보수파의 상징인 바시즈 민병대가 아닌가 추측됐다. 종교경찰이 없는 이란에서 민간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는 '사회 정화 규율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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