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더치 셸 CEO "'오일 전쟁'에서 사우디 승리"
"미 셰일오일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점 일깨워"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벤 반 뷰어든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셰일오일 붐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가 사우디와 미국의 '오일 전쟁'에서 사우디가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는 처음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는데도 예전처럼 유가 견인을 위해 감산에 나서지 않고 생산을 유지했다.
이에 중동 산유국을 대표하는 사우디가 새로운 세력으로 급부상한 미 셰일오일을 고사하려는 '오일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뷰어든 CEO는 2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오일업계에미 셰일오일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미국) 셰일오일 생산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유가 위험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데 꽤 성공했다"면서 "당분간 업계가 이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변함없이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의 가격 위험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많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OPEC의 결정은 사우디가 국제 원유시장 수급 균형을 위해 자국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가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당시 OPEC 회의에서 사우디는 자신들만 감산할 수 없다며 생산량 유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뷰어든은 미 셰일오일 업계가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한계선에 도달하기 이전까지는 미 셰일오일 생산이 당분간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 셰일오일 업계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왔다고 많은 사람이 말해왔는데 이는 분명히 맞는 말"이라며 "낮은 유가에도 미 셰일오일 업계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원유가격이 배럴당 50~60달러에서 머문다면 신규 인프라와 채굴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면서 생산량이 늘어나려면 유가가 더 올라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뷰어든 CEO는 지난 4월 영국 3위의 원유·가스생산업체인 BG 그룹(BG Group)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인수 가격이 470억 파운드(약 76조3천억원)에 달해 이번 국제유가 급락에서 이뤄진 에너지업체 간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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