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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년전 180명의 희생이 오늘날 번영에 밑거름" (오산=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2일 경기도 오산 유엔군초전기념비 앞에서 열린 제65주년 유엔군 초전기념 및 스미스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에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첫 전투였던 오산 죽미령 전투에 한국군인으로 유일하게 참전했던 윤승국 예비역 소장(당시 대위)이 브라이언 맥키넌 미 8군 부사령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7.2 ktkim@yna.co.kr |
"65년전 181명의 희생이 오늘날 번영에 밑거름"(종합)
유엔군 첫전투 추도식…참전 장교 윤승국 예비역 소장 회고
(오산=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65년 전 그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땅, 한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젊은이들을 추모하며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2일 경기도 오산 유엔군초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제65주년 유엔군 초전기념 및 스미스부대 전몰장병 추도식'에서 만난 예비역 육군 소장 윤승국(89·육사 4기)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윤 전 소장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첫 전투였던 오산 죽미령 전투에 참전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24살의 대위 윤승국은 6·25전쟁 발발 당시 일본에 있었다. 육군본부가 선발한 33명의 장교와 함께 주일 미8군 제24사단에서 교육 중이었다.
즉시 대전으로 복귀한 그는 미군 24사단 1대대 스미스특수임무부대(Task Force Smith)의 직접 지원부대인 미군 제52포병대대에 연락장교로 배속돼 오산 죽미령 방어작전에 투입됐다.
죽미령에 진지를 구축한 보병대대와 그 후방 3㎞ 지점(수청리)에 위치한 포병대대는 남하하는 북한군 제4사단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7월 5일 장맛비 속에 치러진 6시간의 전투로 미군 540명(포병 134명 포함) 중 181명(전사 150명, 실종 31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미 지상군이 한국전에서 치른 첫 전투였다.
치열한 전투 끝에 부대가 포위되자 스미스 대대장은 후퇴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윤 대위의 기지와 판단이 빛났다.
지리에 익숙지 않았던 미군은 윤 대위에게 후퇴로를 맡겼다. 그는 적 전차가 포진해 있던 평택 방향 1번 국도 고갯길을 피해 농로를 따라 양성, 안성으로 퇴각해 다음날 밤 천안에 도착, 사단 본대와 합류했다.
후에 죽미령 전투를 두고 침공군 세력에 대한 오판이 부른 참패였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당시 미 극동군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적의 진격을 막은 것은 7시간이었지만 미군 참전을 확인한 북한군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열흘을 벌어 낙동강 전선 구축에 토대가 됐다는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소장은 "만약 출발(퇴각)이 조금만 지체됐다면 생존 장병 모두 전멸했을 것"이라며 당시 스미스 보병대대장의 후퇴시점 결단과 부상을 당하고도 부대를 이끈 페리 포병대대장의 의연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좋은 지도자는 공동체에서 책임감과 신뢰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그 교훈은 제가 고급장교로 진급해 한국군 사단 포병사령관으로 6·25전쟁을 수행하는 데 신념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참전한 미군들에 대해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과 그 가족들은 아직도 생명을 내놓고 싸웠던 젊은 날을 추억하며 한국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 나라 애국청년과 우방형제들의 피와 생명을 바친 희생의 대가였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그저 주는 것이 아니다)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서 그의 얼굴을 알아본 재향군인들이 다가와 기념촬영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구순의 나이에 보청기를 끼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는 노병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노환에다 '포병 직업병'이 겹친 탓이라고 옆에 있던 부인 장영신씨가 거들었다. 윤 전 소장은 포병단장을 거쳐 포병사령부 창설 때 부사령관을 지냈다.
이번 추모식은 곽상욱 오산시장, 안민석 국회의원,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박종왕 국가보훈처 제대군인국장,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 브라이언 맥키넌 미 8군 부사령관, 미 8군 및 육군 51사단 장병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죽미령 유엔초전기념 평화공원' 조성 기원식을 겸해 진행됐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이 평화공원 조성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안 의원은 "그날 전투는 패배했다고 하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하게 한 역사적인 전투였다"고 평가하면서 결의안 통과를 낙관했다.
곽 시장은 추도사에서 "우리 조국을 구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하셨고 이 땅에 자유와 평화를 주신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건립된 유엔군초전기념관의 문화해설사 이왕구 예비역 중령은 "죽미령 전적지는 한미동맹의 상징적 장소이자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미군의 순교 성지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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