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부채상환 노력 없었나…문답풀이
(서울=연합뉴스) 이율 정선미 고미혜 김경윤 기자= 그리스의 향방을 결정지을 국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의 협상안과 관련한 찬반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국민투표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또는 치프라스 총리 퇴진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민투표와 그리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그리스 국민투표 취소 가능성 있나.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를 강행할 태세다. 치프라스 총리의 대국민 연설을 앞두고 국민투표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IMF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30일 채권단에 서한을 보내 일부분만 제외하고는 기존에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무조건 항복'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연설에서 채권단 협상안에 반대할 것을 재차 촉구하는 것에 그쳤다. 메르켈 총리도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국민투표 때까지 다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 다만 그리스가 물밑에서 협상을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그리스인들 민심은.
협상안 찬반 국민투표를 3일 앞둔 현재 그리스의 여론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협상안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국민투표가 처음 결정됐을 때만 해도 국민 다수가 협상안에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표도 점차 늘어났다. 지난달 24∼26일 카파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47.2%, 반대 33.0%였던 것이, 정부의 설득 등에 힘입어 28∼30일 프로라타의 조사에서는 반대 54%, 찬성 33%로 뒤집혔다. 그러나 연금 수급자들이 은행 영업중단 등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일부 이탈하면서 찬성과 반대가 비등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GPO의 조사 결과에서는 '찬성'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47.1%, '반대'가 43.2%로, 찬성이 앞섰으나 표차는 4%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찬반이 엇갈리는 협상안 수용 여부와 달리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잔류를 희망하는 쪽이 우세한 상황이다.
◇ 그리스 부채 상환노력 없었나.
그리스는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5년에 걸쳐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했다. 정부 지출을 대폭 감축하고 세금을 인상해 240억 유로(약 29조8천억원)에 이르던 재정 적자 30억 유로 흑자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부채를 줄였다. IMF는 그리스의 긴축 정책이 '누가 봐도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그리스 내부 사정은 어려워졌다. 최근 8년새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5% 줄었다. 현재 실업률은 25%를 기록하고 있다.
◇ 그리스 채권단 지원없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유럽중앙은행(ECB)이 협조적이라면 몇 달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영국 일간 가디언의 분석이다.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생명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끊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 은행들도 이번주 복지비·연금 지급에 필요한 20억 유로를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더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예금 인출 수요를 맞출 수 있느냐다. 은행들은 국민투표 때까지 영업을 중단했으며 현금지급기(ATM)를 통한 하루 인출액은 60유로로 제한됐다. 은행들이 언제까지 ATM에 현금을 채워넣을 수 있을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
◇ 치프라스 협상안, 채권단과 어떻게 다른가.
양측의 안건 가운데 다른 부분은 크게 연금, 부가가치세(VAT), 국방비 등 3가지다. 채권단은 저소득자를 위한 보충연금을 2020년까지 전면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또 전기요금과 약품 구입비, 호텔 등에도 추가로 부가가치세를 물리고 국방비 예산 가운데 4억 유로를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보충연금을 없애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시행은 어렵고 올 8월31일부터 2017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도서지역에 국한해 부가가치세율을 30% 인하하겠으며 2016년까지 2억 유로, 이듬해에는 4억 유로까지 군비 지출을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 유럽중앙은행(ECB) 긴급유동성지원(ELA)은 무엇인가.
구제금융과 별개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은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각국 중앙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것으로 ECB가 평소에 적용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그리스에서 예금 인출이 급격히 늘어나 대출기관들이 긴급 자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자 ECB는 그동안 꾸준히 ELA 상한선을 확대했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자 시장의 관심은 ECB의 ELA 지원이 계속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MF의 채무 불이행이 발생해도 유동성 지원이 끊어지지 않으면 그리스 경제는 연명해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ECB는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위해 꾸준히 ELA 상한액을 늘려왔지만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에는 한도를 동결했다.
◇ 7월 20일 ECB 부채 만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IMF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졌으나 공식적인 디폴트로 규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는 20일까지 ECB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그야말로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ECB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그리스 은행들이 전적으로 의존하는 ECB의 ELA를 더는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ECB는 채무 상환 능력이 있고 충분한 담보가 있는 은행에만 ELA를 제공할 수 있는데 채무 상환에 실패할 경우 그리스 은행들이 담보로 내건 그리스 국채 등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은행 파산으로 이어지고, ECB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지 못한 그리스는 전면적인 국가 부도 상태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로서는 20일 전에 구제금융 합의를 끌어내 ECB 채무를 갚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채권자 얼마나 손실 입나
그리스는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이 결렬돼 지속적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민간 채권자에게도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실질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럽계 민간은행에 진 채무는 작년 3분기 기준 342억 달러(약 38조3천6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독일 민간은행과 영국 민간은행이 42%를 보유했고, 프랑스 민간은행은 8%를 갖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Caa2'에서 'Caa3'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이 내놓은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5일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민간 채권자의 위험을 극심하게 상승시킨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채권단의 지속적 지원이 없다면 그리스는 민간 채권자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투표 결과를 보고,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조정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하다면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져 민간채권자에게 상당한 손실을 주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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