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저 소방공무원 됐어요"…끝내 못 전한 합격소식(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2 14: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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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버스사고로 부친 숨진 다음날, 아들 최종 합격 '통한의 눈물'
일용직으로 시작해 사무관 승진…부하 직원들 '망연자실'


"아버지,저 소방공무원 됐어요"…끝내 못 전한 합격소식(종합)

中 버스사고로 부친 숨진 다음날, 아들 최종 합격 '통한의 눈물'

일용직으로 시작해 사무관 승진…부하 직원들 '망연자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손현규 기자 = 중국 지린(吉林)성 버스 추락 사고로 숨진 공무원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망 다음날 소방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누구보다 기뻐할 아버지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된 아들은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일 버스 추락 사고로 숨진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장 한모(55)씨의 차남(24)은 2일 모 지방자치단체 소방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최종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차남은 중국에 가기 위해 어머니·형과 함께 이날 오전 인천시청 민원실을 방문했을 때 최종 합격 사실을 알게 됐다.

수십년 공직에 몸담아온 아버지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누구보다 기뻐했겠지만 이미 부친은 고인이 된 뒤였다.

불과 하루 차이로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한 아들은 통한의 눈물을 가슴에 묻은 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아무 말 없이 시청 청사를 빠져나갔다.

아버지 한 과장은 1985년 '필경사' 업무를 맡아 일용직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였다. 필경사는 보고서나 그래프를 손으로 작성하는 업무 담당자로 컴퓨터가 일반화하지 않은 시절 글씨를 잘 쓰는 이들이 주로 맡았다.

한 과장은 이후 1990년 일반행정 9급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이후 2012년 2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공직에 입문한 지 27년 만에 사무관을 달았다.

사무관 승진 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1동 주민지원센터 동장으로 부임해 2년 넘게 일했다.

한 과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겪으며 터득한 노련함을 바탕으로 청라국제도시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시기 각종 주민 민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년퇴임을 5년 남겨두고 변을 당했다.

한 과장은 서구에 부임한 이후에도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부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인천 서구 노인장애인복지과의 한 직원은 "오늘 아침 출근해 사고 소식을 듣고 직원들 모두가 망연자실했다"며 "부서 특성상 노인과 장애인을 많이 상대해야 해 힘든 직책임에도 직원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셨다"고 그를 기억했다.

같은 과의 다른 직원은 "맡은 일은 철저하게 처리했지만 얼굴 표정이 힘들어 보이는 직원들에게는 농담을 건네 웃음을 줬고 야근하는 직원들도 매일 격려해 주시던 인품이 훌륭한 상사였다"며 울먹였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업무에 워낙 능통한 분이어서 사실 교육연수를 가겠다고 했을 때 만류했다"며 "격무에 고생하고 건강도 악화해 잠시 업무를 떠나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교육연수 참가를 허용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본청 인사과에 상황대책반을 설치하고, 현지 상황 파악과 후속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서구도 이날 오전 강범석 청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유족의 중국행 지원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한 과장의 시신이 안치된 중국 지린성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앞서 1일 오후 3시 30분께(현지시간)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에서 한국 공무원들을 태운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 1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사고 버스에 탑승한 교육생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중국 옌지(延吉)·단둥·다롄(大連) 등 고구려·발해 터와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둘러보는 중견리더과정 교육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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