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페르시아 소녀들의 '금지된' K팝 사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2 0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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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르포> 페르시아 소녀들의 '금지된' K팝 사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지역에서 K-팝(한국 대중가요)은 한류 확산의 주역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히잡'(이슬람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으로 상징되는 중동이지만 이곳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한국 팬 못지않게 뜨겁다.

일부 중동 국가에서 열리는 K-팝 대회에선 한국 사람도 놀랄만한 중동 여성들의 '끼'가 발산되기도 한다.

이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K-팝의 인기가 급격히 확산 중이다. 10년 전 드라마 '대장금'으로 포문을 연 이란에서의 한류가 K-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와 사정이 다르다.

페르시아 제국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란에선 종교의 틀에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미술이나 영화같은 예술은 상당히 수준이 높고 장려되는 반면, 음악과 춤에 대해선 훨씬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탓이다.

외국 인기 가수가 이란에서 콘서트를 열 수 없는 것은 물론 자국에서도 여성 가수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빠른 리듬과 격렬한 춤으로 대변되는 K-팝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이란 내에서 음반이나 사진 판매는 금지되고, 더구나 젊은이들이 K-팝을 공개된 곳에서 부르거나 춤을 따라 추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중동 국가보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K-팝은 싹을 틔우고 있다.







"부족하면 더 절박해지잖아요."

외국 음악과 춤이 제한된 곳에서 K-팝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유창한 한국어로 K-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주인공은 마리암(20) 이라는 대학생이었다.

그는 자신을 '강희망'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K-팝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각자 한국이름을 지었는데 친한 친구가 '소망'이라는 이름을 택했고 자신은 뜻이 비슷한 '희망'으로 정했다.

요즘 이란 10대와 20대 초반 여성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K-팝 스타는 슈퍼주니어, 빅뱅, EXO, 소녀시대다.

한번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 생일엔 자신들끼리 모여 생일 파티도 열고, 선물을 보내는 열성을 보인다고 한다.

슈퍼주니어 팬클럽에선 멤버의 사진을 이란의 특산품인 카펫으로 짜 서울로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하다.

"소녀시대처럼 화장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은데 이란에선 그렇게 못 하잖아요. 집에서 소녀시대를 따라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나눠보기도 하고 그래요"

마리암은 좋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모임을 만들어 K-팝을 함께 부르고 한국 가사를 붙인 노래를 작곡하기도 한다.

"물론 이란에선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K-팝을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데 그것까지 억누를 필요는 없으니까요"

모임 이름도 'The Great Mood' (끝내주는 기분)의 약자인 'TGM'으로 지었다고 했다.

"하필 성씨를 '강'으로 했느냐"는 질문에 마리암은 "그냥 강해 보여서요"라며 웃으면서 대답했다.

굳게 잠겼던 금기의 영역이 여느 10대처럼 발랄하면서도 강한 소녀들로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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