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키우는 코리안 드림> ①'아줌마의 힘'을 믿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1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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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상 구매대행 업체 '에스크 아줌마'
△ '에스크 아줌마' 마리아 리 대표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구매대행업체 '에스크 아줌마'의 마리아 리 대표. 미국에서 온 마리아 리 대표는 올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에스크 아줌마'를 설립했다. 2015.7.1 okko@yna.co.kr

<서울서 키우는 코리안 드림> ①'아줌마의 힘'을 믿다

외국인 대상 구매대행 업체 '에스크 아줌마'



<※ 편집자 주 = 인구 천만의 거대 도시 서울은 많은 이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서울시 전체 인구의 4%를 차지하는 외국인 이주민도 '코리안 드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숨어 있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서울시와 함께 건강한 다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창업의 꿈을 펼쳐가는 이주민의 이야기를 3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처음 배우는 한국어 중 하나가 아줌마일 겁니다. 그만큼 친숙한 단어이고, 실제로 한국의 아줌마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대단한 분들이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한국 생활 4년째인 미국인 마리아 리(38) 씨에게 '아줌마'는 특별한 단어다. 그 자신도 남편과 두 자녀를 둔 아줌마이고, 낯선 한국 땅에서 처음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만든 회사 이름도 '에스크 아줌마'(Ask Ajumma)다.

지난 5월 문을 연 '에스크 아줌마'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구매대행 업체다. 고객의 대다수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거나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다.

'아줌마에게 물어봐'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에스크 아줌마'는 외국인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서 추천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배송까지 해준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고객과의 대화는 모두 SNS 메신저를 통해 1대1로 이뤄진다.

'에스크 아줌마' 대표인 마리아 리 씨는 "우리는 고객의 욕구가 아닌 필요를 채워준다"며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은 생필품을 사는 것조차 힘든데 그런 일을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준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찾지만, 직접 국내 업체와 계약해 더 저렴한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펜션부터 꽃집, 자동차 공업사, 디저트 가게까지 '에스크 아줌마'의 파트너 업체 목록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리 대표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외국인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어 '윈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크 아줌마'는 마리아 리 대표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미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3년 전 주한미군으로 발령을 받고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그는 "한국어를 못해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부탁해야 했다"며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은 사업 아이디어가 됐고,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15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도 떠났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규정, 절차를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에스크 아줌마'의 출발에는 서울시의 지원도 한몫했다.

리 대표는 서울시가 외국인 창업가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서울글로벌센터의 인큐베이션 오피스에 입주해 창업을 준비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받으며 세금, 노무 등 관련 법과 규정을 익혔다.

리 대표는 "서울시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관련 규정부터 사업자 등록까지 실무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업은 초기부터 성공적이다. 창업 한 달 만에 이용 고객은 700명을 넘어섰다.

'에스크 아줌마'를 찾는 고객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희귀종 고양이를 구한다는 요청부터 콘서트 표 예매, 냉장고 수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불법만 아니라면 고객의 요구에 모두 응대한다는 게 '에스크 아줌마'의 방침이다.

리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별다른 홍보 활동을 안 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한 점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에스크 아줌마'에는 현재 1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고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 대표는 "우리는 SNS 시스템에 휴머니티(humanity)를 더했다"며 "이런 식의 비즈니스 모델은 외국에서도 찾기 힘들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중국어와 한국어로도 서비스를 확장해 더 많은 고객과 만나고 싶다"며 "채용도 늘리고 한국 기업과 네트워크도 더욱 넓혀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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