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라질과 관계 정상화…앞마당 남미대륙 공략 본격화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이 남미대륙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53년 만의 역사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추진에 이어 남미의 맹주 격인 브라질과도 관계를 개선하면서 남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은 먼저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를 의미한다. 두 정상의 발언 역시 관계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호세프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는 더욱 새롭고 야심찬 장으로 한 발자국 더 내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을 '남미의 코너스톤'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 역시 양국 간 갈등 요인이었던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런 스파이 행위는 이제 종료됐다. 오바마 대통령을 믿는다"고 화답했다.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상승 궤도"에 있다고 자평했다.
양국은 그동안 NSA의 도·감청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의 폭로를 통해 NSA가 호세프 대통령의 전화통화 등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브라질 정부는 미국에 강력히 항의해 왔으며, 특히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3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 계획을 전격으로 취소한 바 있다.
그러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1월1일 열린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에 조 바이든 부통령을 특사로 파견하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미국 부통령이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관계 개선을 바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조치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히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를 넘어 미국의 대(對)남미정책 변화의 또 다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적대국' 쿠바를 필두로 브라질 등 남미의 주요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나서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표적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안 그래도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남미 대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와중에 중국이 최근 몇 년 사이 남미 주요국을 누비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자, 미국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2차례 남미 국가를 순방한 데 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달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남미 4개국 방문했다. 리 총리는 이번 남미 순방에서 70건에 가까운 대규모 계약과 협정을 체결해 미국을 긴장시켰다.
더욱이 중국 사업가 왕징(王靖)이 설립한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최근 파나마운하가 수용할 수 있는 물동량의 배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니카라과운하 건설에 들어가면서 미국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칫 앞마당을 중국에 내 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남미 구애'는 자신의 업적 쌓기와 더불어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이 남미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남미 주요국을 껴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의 남미 진출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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