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핵협상 타결되면 주식시장 활기 띨 것"
서방 제재로 주식시장 활력 잃어…핵협상엔 '기대반 냉소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개장하자마자 찾아간 테헤란 증권거래소에선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노년층이 주로 눈에 띄었다.
손에 든 태블릿PC와 스마트폰 화면엔 홈트레이딩시스템(HTC)의 그래프가 부지런히 흘러갔다.
약 350개 종목이 거래되는 테헤란 증시에 투자한 이들은 최근 수년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2년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가 강화된 뒤 이란의 금융기관과 석유회사를 비롯해 주식 시장에 상장된 대표적인 기업이 대부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이란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지만 경제 제재로 달러당 환율이 1만리얄에서 세배로 한꺼번에 오르는 바람에 테헤란 주식은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버린 탓이다.
20년째 주식투자를 했다는 자버리연 씨는 "주식이라는 게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특히 최근 18개월 동안 테헤란 증시가 너무 침체됐다"며 "제재가 시작되면서 내수가 가라앉았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진행 중인 핵협상이 타결돼 외국에서 투자가 들어오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띨 것 같다"고 기대했다.
테헤란 증권거래소 직원 카리미 씨도 기자에게 "돈이 있다면 테헤란 주식에 투자해 볼 생각이 없느냐"며 "핵협상이 타결되면 30%는 오르지 않겠는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애초 이날(6월30일)이 시한이었던 핵협상의 최종 타결 며칠 연장될수는 있지만 결국 타결은 될 것이라는 게 테헤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핵협상은 이란과 미국 정부의 정치 이슈일 뿐 타결돼도 일반 서민의 주머니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냉소'도 곳곳에서 들렸다.
핵협상이 성사돼 제재가 풀리면 이익은 부유층에게만 돌아가고, 언제 서방의 태도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여윳돈이 생기면 은행을 가기보다 달러나 금을 사서 집에 보관하는 사람도 꽤 있다"며 "이란 사람들은 그간 경험으로 자기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경제 상황이 국제 정세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무엇인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핵협상이 잠정 타결된 4월2일 외부에선 달러 대비 환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환전소앞에 장롱 속 달러를 바꾸려는 행렬이 늘어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평소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란 경제가 현재 고전하고 있고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같았다.
회사원 바크르 함사리 씨는 "경제 제재에 저유가까지 겹쳐 정부 수입이 줄면서 전기·수도 요금이 오르고 각종 세금도 늘어나고 있다"며 "제재가 풀려 석유 수출이 자유화되고 동결 자산이 이란 국고로 들어오면 차차 서민 부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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