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 캐릭터가 그림 같은 무대서 생동하는 '마술피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버전 가족오페라극 제작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아, 지금은 파파게노가 등장할 시간이야."
병상에 누운 모차르트는 밤마다 시계를 쳐다보며 이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으로 알려진 '마술피리'에 나오는 새잡이의 이름이다.
이 일화는 모차르트가 마술피리에 얼마나 애착을 뒀는지 보여준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음악성이 집약된, 초연 극장에서만 100회 넘게 공연되며 그의 오페라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마술피리가 오는 7월 15∼1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앞서 예술의 전당은 2001∼2009년 9차례에 걸쳐 토월극장 무대에 이 작품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오페라극장으로 규모를 넓혔다.
가족오페라극의 형태는 유지했지만, 기존 1시간 30분가량 공연돼 온 작품을 전막 공연(2시간여)으로 준비한 점도 이번 공연에 대한 주최 측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테너 임우경, 베이스 전승현 등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의 출연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진과 출연진은 누구가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재 연출가는 "마술피리에 담긴 의미를 꺼내 보이면서도 모든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등장인물이 19명에 달하는 복잡한 작품이지만, 무대를 비우고 등장인물에 주목해 전 연령층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왕자 '타미노' 역을 맡은 김우경 테너는 "독일에서 마술피리는 아이들이 동화책으로 즐겨 읽을 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며 "외국에 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공연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술피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유수의 프로덕션이 제작한 작품이다. 그만큼 차별성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경재 연출자는 이번 작품의 특징으로 '비움의 미학'을 들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콘셉트로 무대를 준비했다"며 "무대를 간소화하되 회화적 이미지와 등장인물들이 그림을 그리며 비워진 무대를 가득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오페라 최초로 고화질 촬영기술에 서라운드 음향을 더한 영상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태승진 예술의 전당 예술본부장은 "오페라를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 지방, 군부대 등에 공연 영상을 보급하는 '예술의 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 작품으로 마술피리가 선정됐다"며 "일반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7월 15∼1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관람료는 1만∼15만원. 문의 ☎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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