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하늘을 날다!…'창조의 탄생' 출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30 10: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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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애슈턴의 창조·발명·발견 이야기


말이 하늘을 날다!…'창조의 탄생' 출간

케빈 애슈턴의 창조·발명·발견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1990년대 초였다. 한국불교계는 돈점(頓漸)논쟁으로 뜨거웠다. 깨달음이 과연 돈오점수(頓悟漸修)인가, 아니면 돈오돈수(頓悟頓修)인가라는 갑론을박이었다.

선불교의 핵심인 '깨달음과 닦음'을 놓고 '깨달은 뒤에도 꾸준히 닦아야 한다'는 돈오점수와 '깨달은 뒤에는 더이상 닦을 필요가 없으며 더이상 닦아야 하는 깨달음은 이미 깨달음이 아니다'는 돈오돈수로 격돌했다.

케빈 애슈턴의 저서 '창조의 탄생'을 읽으며 문득 떠오르는 게 돈점논쟁이었다. 물론 돈점논쟁과 이 저서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맥락의 유사성은 심층수처럼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Fly a Horse'다. 우리말로 그대로 풀면 '말이 하늘을 날게 하는 법' 정도가 되겠다. 번역과정에서 '창조의 탄생'이라고 했지만 원제목 그대로 풀어주면 저자의 의도가 더 실감나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류 역사는 끊임없는 창조의 과정이었다. 이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20만년 전에 탄생하고서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고 저자는 들려준다. 15만년 동안 새로운 것을 전혀 만들지 않던 호모 사피엔스는 5만년 전부터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석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구를 만드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거듭난 것이다.

저자는 '창조' 그 자체를 인류가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바꾸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부단히 탄생시켜온 것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창조라는 지위와 용어를 독점했고 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이었다.

그런데 창조의 역사를 거치면서 그 주체가 왜곡돼왔다고 저자는 환기시킨다. 이른바 '창조 신화'다. 모든 사람들이 그 나름의 창조행위를 해왔음에도 신과 신의 영감을 부여받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창조할 수 있다며 신화화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창조 신화는 갈수록 신화성을 더하며 다수를 소외시켜버린다. 희귀한 소수만이 창조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나머지는 제아무리 노력해봐야 말짱 헛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런 신화가 왜 잘못됐는지를 실증 사례 등을 통해 밝힌다.

창조 신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용어가 '유레카!'다.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내지르는 함성인 '유레카'는 극소수의 통찰력 있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여겨진다. 굳이 앞서 언급한 돈점 논쟁으로 치자면 '돈오돈수'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저자는 신화의 옷을 입혀 본래 모습을 왜곡시킨 대표 사례로 작곡가 모차르트를 꼽는다. 후대인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적 창작 과정을 상징해주는 사례로 '악상은 저절로 확장되고 체계가 잡혀', '기록 과정은 무척 금방 끝나', '모든 과정은 이미 완료 상태' 등의 편지 내용을 내세운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자필이라는 이 서한 자체가 위조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면서 모차르트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긴 하지만 결코 마법을 써서 작곡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작곡 과정에서 고민 끝에 수정하고 때로는 막혀 한숨짓기도 했다는 것. 따라서 그의 작곡 과정은 노동 그 자체였다고 해야 옳다. 어느날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간단하다. 창조에 마법의 순간은 없다는 사실이다. 창조자들은 의구심, 실패, 조롱, 거절 속에서도 인내하며 새롭고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성공할 때까지 창조 작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한다. 즉 누구나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대목에서 우리는 모두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신화의 허울을 걷어내면 천재적 재능이나 통찰 없이도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어서다. 저자는 또 "창조는 곧 노동이다. 우리가 특별할 필요는 없다"면서 "필요한 것은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시작은 아름답다"고 격려한다.







믿기지 않는다면 세계 최초 비행의 기록을 세운 라이트 형제의 사례를 참조하면 된다. 자전거가 새롭게 등장한 게 1890년대였다. 자전거는 곧 평형의 기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보고 라이트 형제는 '날개 달린 자전거'를 상상한다. 연날리기 등 취미로 시작한 비행 경험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거듭한 끝에 1903년에 프로펠러와 엔진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보내게 된다. 선불교 수행으로 치면 '돈오점수'에 해당한다고 할까.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창조는 어떤 영웅적인 인물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유레카 순간은 없다고. 창조는 비범한 도약이 아닌, 평범하지만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작은 걸음이라고.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보폭이 아니라 걸음 수라고 역설하는 저자는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언제나 창조는 가능하다고 희망을 준다. 창조는 한순간의 영감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인내다!

마지막으로 참조할 것 한 가지. '유명한 사람이 더 많이 인정받는다'는 '해리엇 효과'다. 여성 사회학자 해리엇 주커먼이 50년 전에 주창한 이 학설은 편견에 차기 마련인 인간은 강자에게 후하고 약자에게 인색하기 마련인 심리를 경계한다. 유명한 사람이 더 많은 공로,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공로를 인정받곤 하는데 이 역시 일종의 신화화와 관련이 있다. 같은 과학자라도 백인일수록, 남성일수록 더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 이는 '무릇 있는 자는 더 많이 받아 풍족하게 되리라.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는 구절의 성경 마태복음을 딴 '마태 효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북라이프. 416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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