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그리스·美 금리인상 고비 넘어설까
증권사 센터장들 "조정 거쳐 반등 가능…저평가 대형주에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임수정 기자 =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상반기 증시와 달리 하반기 증시는 곳곳에 암초가 많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 금리 인상과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큰 출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30일 예상했다.
다만, 이들 변수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해온 이슈라는 점, 대내적으로는 기업 실적 개선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증시는 조정을 거쳐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 대외 변수로 변동성 장세…"불확실성 해소 시 강한 반등"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최대 변수로 그리스 이슈와 미국 금리 인상을 꼽았다.
둘 다 상반기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었던 외국인 순매수세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이슈다.
먼저 위험이 돌출한 곳은 그리스 쪽이다.
그리스 사태가 타결을 기대해온 시장의 관측과는 다르게 디폴트 및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기록했던 고점 돌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 센터장은 "그리스 관련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그리스만의 문제로 끝날 경우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다른 유럽 재정 취약 국가들로 여파가 이어질 경우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시장이 그리스 리스크를 선반영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그리스 문제가 주변국으로 전이되는 모습만 나오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센터장들은 그리스보다는 미국 금리 인상을 더 신경쓰는 분위기다.
시장은 대체로 '9월 인상'에 베팅하는 모습인데,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해온 금리 인상이 실제 단행되면 단기 조정을 거쳐 강한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랫동안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줘왔고, 인상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어 시장이 불안감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오현석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대로 9월에 이뤄질 경우, 시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그간 부진했던 대형주의 분위기가 바뀌며 지수의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화 현대증권[003450] 리서치센터장도 "3분기에는 기업 실적을 확인하려는 관망 심리와 대외 불안의 지속으로 방향성 없는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 및 기업 실적의 방향이 확인되며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올해 중 단행되겠지만, 전 세계에 풀린 돈을 다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며 코스피가 최고 2,300까지 찍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대외 불안에 중소형주 장세 지속될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국내 기업 실적 개선세 등 내부 요인이 증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상화 센터장은 "추경 효과가 4분기부터는 실물 경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작년 3분기 '실적 충격'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분기부터는 증시가 탄력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도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확인이 되면서 미국 금리 인상의 우려를 덜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 요인의 영향력은 대외 요인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추경 영향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우려로 위축된 부분을 회복시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결국 중국 경기 반등 여부 및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외 요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병국 센터장은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중소형주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에도 바이오나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해보인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메르스가 진정되면 중국 관련 소비재나 화장품 종목들이 반등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외 변수에 의한 조정 장세가 마무리되면 낙폭 과대 대형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기인 센터장은 "4분기 중국 경기 및 국내 증시의 반등을 예상하기 때문에 수출 대형주나 중국 관련 주식에 관심을 둘 만하다"며 "3분기 조정 장세가 나타나더라도 2,000선 이하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준재 센터장도 "주가가 바닥까지 빠진 철강,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측면에서 충분히 싸진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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