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대출 폭증…엔저·규제 완화 덕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과 신용금고 등의 부동산 대출 총액은 12조2천544억엔으로 거품 시기였던 1989년(12조1천75억엔)을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은행권의 부동산 대출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지난해의 부동산 대출은 전년보다 6% 증가한 것이며 햇수로는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신용 금고의 대출 금액은 12% 늘어나 은행 증가율(5%)을 앞섰다.
일본은행은 시중 은행들 가운데 지방은행의 대출은 6% 가까이 늘어났지만 대형 은행은 해외 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부동산 대출이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본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이 폭증한 것은 엔화 약세에 따른 해외 자금의 유입, 도심 건축 규제 완화로 부동산 개발사업이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엔저를 틈타 일본 국내 아파트를 구입하는가 하면 임대료의 상승을 예상해 오피스 빌딩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일본의 자산 운용 자회사를 통해 도쿄 도심의 오피스 빌딩 일부 층을 약 400억엔에 인수했다.
규제 완화도 부동산 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노무라 부동산 홀딩스는 용적률이 완화되는 일본 수도권의 국가 전략 특구에서 고층 빌딩의 건설을 시작,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기관들이 인구 감소와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마땅한 융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지자 부동산 대출을 강화하는 추세도 대출 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수요 확대가 대출 증가의 배경이지만 일본은행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토지나 건물 등의 실물 투자는 올해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0.6% 가까이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0.7%대에 바짝 접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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