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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DB>> |
논 물꼬 트고 약 사다주고…격리자 손발돼준 보건소 직원들
충북 '메르스 민원 대행' 서비스 463건, 옥천 327건으로 가장 많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내가 남들에게 메르스를 퍼뜨리는 '민폐'는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했던 격리자들에게 보건소 직원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마실을 오는 이웃조차 끊긴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고 가슴 졸이며 자택에 발이 꽁꽁 묶인 그들에게 보건소 직원들은 기꺼이 발이 되고 손이 돼 줬다.
28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와 시·군 공무원, 일선 보건소 직원들이 메르스 격리자들에게 제공한 민원 대행 서비스는 463건에 달한다.
지난 10일 숨진 90번 환자의 거주지였던 옥천이 327건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청주 68건, 충주 38건, 제천 18건 등의 순이다.
민원 대행의 유형도 다양했다.
처방을 받을 약이 있으면 병원에 대신 가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다줬고, 공공요금을 내달라면 집으로 직접 찾아가 고지서와 돈을 받아 납부해 줬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다는 요청에 마트에서 장만해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진 가뭄 끝에 지난 20일 단비가 내리자 물꼬를 터달라는 촌로의 부탁을 받고 삽을 들고 부지런히 논으로 향한 보건소 직원들도 많다.
혹여나 메르스에 옮을까봐 접촉을 꺼리는 자택 격리 대상자의 집을 하루 두 차례씩 방문, 체온을 재 이상 증세가 있는지 살피고, 지원되는 생필품도 챙겨주면서 말 벗이 돼 준 것도 보건소 직원들의 몫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충북에서는 옥천 메르스 환자 말고는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고 진정되는 추세다.
각 시·군 홈페이지에는 헌신적으로 메르스 격리자들을 보살핀 보건소 직원들을 칭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옥천에 거주하는 김민희씨는 군 홈페이지에 "질병관리본부의 늑장 대응으로 보건소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았을 텐데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감사했다"는 글을 올렸다.
민원 대행 서비스 제공이 도내에서 가장 많았던 옥천 지역에서는 격리 대상에서 풀린 뒤 직접 캔 감자를 보건소 직원에게 챙겨다 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있는가 하면 음료수를 사들고 보건소를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노인들도 많다.
이 보건소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격리된 경우 기관·단체에서 지원하는 비타민과 달걀을 매일같이 '배달'하기도 했다.
임순혁 옥천보건소장은 "격리에서 풀린 뒤 친자식처럼 뒷바라지를 해줘 고맙다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메르스가 종식돼 어르신들이 한시름 놓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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