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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관수 남대문경찰서장이 서울 명동역을 방문해 '바바리맨' 검거에 도움을 준 박홍준(55·오른쪽)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
명동서 활개치던 바바리맨 붙잡은 지하철 부역장
"딸 둔 아빠로서 반드시 잡아야겠단 생각 들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홍준 부역장님, 즉시 승강장 1-1 지점으로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16일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승강장에 다급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반대쪽 승강장에서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박홍준(55)씨는 방송을 듣는 순간 '그 사람이구나' 직감하고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20대 남성이 13일부터 매일 명동역 부근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하의를 내리는 이른바 '바바리맨' 행각을 벌이고 있던 차였다.
역사 안으로 들어와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것도 두 번이나 돼 명동역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무실에서는 승강장 폐쇄회로(CC)TV 화면을 주시하다가 범인이 포착되면 즉시 방송으로 역무원들에게 알리도록 준비 태세를 해놓은 터였다.
바바리맨은 사흘 연속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지만 워낙 쏜살같이 도망가는 바람에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박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범인은 이미 승강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곧바로 계단을 뛰어올랐지만 이미 개찰구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바바리맨이 체구는 작지만 워낙 민첩해 경찰에 신고해서 출동을 기다리다가는 그대로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루 전에도 승강장에 바바리맨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뛰쳐나갔지만, 범인이 재빨리 역사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허탕을 쳤다.
하지만 박씨도 만만치 않았다. 마라톤 대회를 두차례 완주하는 등 평소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왔다.
그는 목격자들이 가리킨 방향으로 재차 내달려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에서 바바리맨을 붙잡을 수 있었다.
박씨는 4월부터 경찰의 미아찾기를 돕는 시민 요원인 '헬프콜 수호천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거에 도움을 준 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박씨는 "20대 후반 딸의 아버지이자 지하철 이용객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역장으로서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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