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윌리엄 번즈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장
"중국과 '협력과 경쟁'하는데서 한미동맹의 역할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중국을 협력과 경쟁 대상으로 삼는 데서 한국과 한미동맹의 역할이 중요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의 전설'이라고 극찬했던 윌리엄 번즈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장이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던진 화두다.
기존의 '힘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 패권을 키워가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조언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완곡한 어법이지만 부상하는 중국에 대처하는 데서 한국이 미국과 적극 보조를 맞추고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미국 조야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남중국해와 사이버해킹 문제를 놓고 '통행규칙'(rule of the road)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지원사격'을 희망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번즈 원장이 무작정 중국을 '견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번즈 원장은 "번영하는 중국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확립된 견해"이라며 "협력과 경쟁의 관계가 되도록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립하기보다는 공통분모를 늘리고 갈등을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는 30일 한국을 방문하는 번즈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무부 부장관직을 끝으로 33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접었다. 다만, 현 민주당 정권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국무장관 등에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안에 미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다. 어떤 의제가 중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보나.
▲강력한 한·미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질서에 매우 중요하다. 양국은 박 대통령이 방미할 경우 불가피하게 양자관계의 폭넓은 기반에 초점을 두고 논의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이후의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이 파트너십을 갖는 것이 중심의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은 공통의 비전을 갖고 있고 남중국해이든, 사이버문제이든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는 통행규칙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전을 국제규범의 형태로 실행에 옮기려면 한·미 양국의 조율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은 지역의 강자로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자국의 이해가 어떤 것인가를 분명히 해왔다. 항행의 자유와 국제해양규범을 안전하게 유지·보호하고 예측 가능한 질서를 만드는 데서 한국의 이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것이 남중국해이든, 아니면 다른 이슈이든 그같은 질서를 만드는 데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해왔다고 본다. 지난 10년간 한·미 관계를 지켜보면 양국이 글로벌 이슈에서 동반자가 돼왔음을 봐왔다. 박대통령이방미할 경우 협력 의제가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과 갈등구도가 조성되면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
▲역사는 떠오르는 세력과 기존 세력의 충돌로 점철돼 있다. 중국의 야심적 군사현대화 계획과 패권확장적 언행은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충돌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거나,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우방국들 사이에 쐐기를 박아놓으려는 정책적 목적이나 의도가 없다. 번영하는 중국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이것은 당분간 오바마 행정부의 확립된 견해가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을 협력과 경쟁의 상대로 관리하려면 공통영역을 확대하고 갈등을 집요하게 관리하며, 지역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한미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미 양국이 협력해 실질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관계가 최근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에서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필수적이다. 아시아 내 동맹국 사이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이해가 갈라지기보다 융합되고 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공통의 도전과제들이 너무 많다. 동맹관계가 증진되는 것은 '태평양 세기'를 만들어가는 공통의 비전을 만들고 도전과제들을 관리하는 데서 결정적이다.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에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한·일 양국이 역사의 매우 고통스러운 장(章)을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간적으로 겪은 고통을 깊이 이해하면서 동맹끼리 문제를 정리하고 더 큰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본과 한국에 보낸 메시지다. 우리는 현재 양국 간에 진행되는 협상이 진전을 봤으면 한다. 그렇다고 사안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겠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어떻게 보나.
▲양국 사이에 매우 사려 깊은 대화들이 오가는 것으로 안다. 다른 안보 사안이나 도전 과제들을 관리하는 방식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가면서 대북 정책실패론과 함께 북한과 대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북한과 대화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매우 심각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관심이 있고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협상과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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