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동지로'…오바마 손들어준 보수성향 로버츠 대법원장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6 16: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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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서 동지로'…오바마 손들어준 보수성향 로버츠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버락 오마바(54) 미국 대통령에게 불구대천 앙숙으로 여겨졌으나 벼랑에서 거푸 구원자로 나선 대법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건강보험 개혁법(오바마케어)이 합법이라고 판결하는 데 결정적인 표를 던진 존 로버츠(60) 대법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법관 9명 가운데 공화당의 추천을 받은 5명 중 한 명으로, 이번에 공화당의 기대를 저버리는 합법의견을 제시했다.

결과는 다른 공화당 측 대법관 앤서니 케네디까지 동참해 6대3 합법,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결정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복지정책 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부터 민주당 대통령들이 1940년대부터 한 명도 빠짐없이 도전했으나 이루지 못한 의료보험 시스템의 개혁을 이뤄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 쾌거를 결정한 게 로버츠 대법원장이었다는 사실을 두고 보수 진영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공화당의 요구를 저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위헌 공방이 불거졌을 때도 합헌 의견을 내 오바마 행정부에 5대4 승리를 선사했다.

당시 배신감이 워낙 큰 나머지 2005년 로버츠 대법관을 대법관에 임명한 조지 W. 부시를 반역자로 비난한 보수논객들까지 등장했다.

공화당의 반발로 시작된 이번 법정공방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2012년의 결정을 속죄하는 의미에서 공화당 의견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동료인 케네디 대법관까지 합류시켜 보수진영에 갑절로 큰 타격을 가했다.

내년 대권 도전장을 던진 공화당 경선후보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상원의원은 "법원의 변질에 억장이 무너진다"며 "(미국 법조계의 보수진영 거목이던)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법원장이 지하에서 통곡할 것"이라며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울분을 토했다.

로버츠 대법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그간 관계를 볼 때도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뜻밖으로 비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대학 로스쿨 동문으로 로버츠 대법원장이 선배다. 둘은 모두 권위 있는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둘의 성향은 상극이었다. 편모 가정에서 넉넉지 못한 청소년기를 보낸 오바마가 민주당을 선택한 것과 달리 로버츠는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공화당을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5년 로버츠 대법관의 인준안이 올라오자 "힘없는 자들의 처지를 공감할 능력이 부족하고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판결하기에 미덥지 않다"는 인신공격을 가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선서를 할 때 취임선서를 잘못 선창해 백악관에서 다시 취임선서를 하도록 하는 등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신년 국정연설 때 대법관들이 맨 앞줄에 있었음에도 대법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결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중립을 강조하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성향을 볼 때 오바마 대통령, 공화당과의 관계가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과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야구에서) 볼인지,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심판이지 투수나 타자가 아니다"고 말한바 있다.

오바마 1기 정부에서 법무 차관 대행을 지낸 닐 카티얼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로버츠 대법관이 청문회에서 말한 게 이런 것"이라며 "청문회 때 좌파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지만 결국 자기가 얘기한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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