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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한국 이스라엘 인도 네트워크' 발대식에 참석한 로이 길라드 주 시카고 이스라엘 총영사 (연합뉴스DB) |
팔레스타인단체 "이스라엘 정책 변화 요구가 반유대주의인가"
미 시민단체, 이스라엘 외교관 강연회 돌연 취소 논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국제 우호 친선 도모 및 공적 대화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주미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 초청 강연회를 돌연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 길라드 주 시카고 이스라엘 총영사는 지난 18일 시카고에 본부를 둔 비영리민간단체 '나이아가라 파운데이션'(Niagara Foundation·NF) 주최 강연회에서 "종교를 통해 중동지역에 평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NF는 행사를 불과 사흘 앞두고 '강연 일정 취소'를 통보했다.
길라드 총영사 초청 계획이 공개된 후 항의 편지와 전화가 빗발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스라엘 총영사관 측은 길라드 총영사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며 "NF를 '대화 기회가 항상 열려있는 무게있는 단체'로 봐왔다. 강연회 취소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유대인 단체를 대표하는 '미국 유대인 회의'(AJC) 측은 팔레스타인계 국제 캠페인 단체인 '불매ㆍ투자철회ㆍ제재'(BDS)를강연 취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주체로 지목했다.
BDS는 이스라엘에 경제·정치적 압력을 가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종식시키고, 아랍·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들이 완전한 평등을 누림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자기 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JC는 "BDS 캠페인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비(非)정당화하고 평화적 협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BDS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적 해결책을 유도할 수 있는 대화를 어떤 식으로 막고 있는 지 보여준다"고 반발했다.
유대인단체인 '사이먼 비젠텔센터'측은 "NF가 외압에 굴복해 길라드 총영사의 강연 일정을 취소한 것을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 비겁한 행위는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21세기 미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계 권리옹호단체 '아메리칸 무슬림스 포 팔레스타인'(American Muslims for Palestine) 측은 '반유대주의'라는 말이 종종 팔레스타인계 권리 옹호를 '악한 행위'로 몰아부치는데 이용된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반유대주의는 아니다. 한 집단의 인권을 인정하는 것이 다른 집단의 인권 손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길라드 총영사의 강연이 중동 분쟁의 원인을 종교적 긴장관계로 설명함으로써 혼돈을 야기할 소지가 있었다"며 "그 곳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따른 정치적 긴장감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NF는 '세계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터키 출신 온건 이슬람학자 페툴라 굴렌(74)을 따르는 터키계 미국인들이 2004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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