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서 찾는 정체성과 역사…백스테이지展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6 06: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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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제조사 시몬느, 백스테이지 8번째 전시회


가방에서 찾는 정체성과 역사…백스테이지展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 백스테이지 8번째 전시회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작가가 키우는 닥스훈트 강아지 그림 밑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글귀가 써 있다. 'Ceci n'est pas un chien'(이것은 개가 아니다)

파이프를 그리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한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이다.

이미지의 배반은 관습적인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질문을 던져 미술사와 철학사에 남은 작품이다.

세계적인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가 마련한 '0914 백 비긴스전(BAG BEGINS 展)'는 가방의 의미와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가방의 탄생을 강조한다.



시몬느가 자체 브랜드 0914 런칭을 준비하며 2년간 진행한 '백스테이지전(BAGSATGE 展) by 0914' 프로젝트의 여덟번째 전시회다.

브랜드 런칭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시회는 '시작하다'라는 뜻을 담은 제목처럼 이전보다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파고들었다.

2000년대 현대 미술계의 스타로 평가받는 홍경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방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다른 사물과의 공통점을 부각시켜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개의 등에 가방 끈을 그려놓거나 가방을 귀걸이로 표현하는 등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면서 모든 존재가 본래의 기능을 뛰어넘는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과 의미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홍경태 작가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언어의 지시성을 배반하는 작품인데 반해 제 작품들은 가방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해 가방과 다른 사물이 지닌 유사성을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소재에 주목한 정순구 작가는 0914 제품을 탄생시킨 가죽에 의미를 부여했다.

0914 가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남은 자투리 가죽 조각을 엮으니 천장까지 닿을 만큼 기다란 에코백 형태의 작품이 탄생했다.



정순구 작가는 "하나의 존재로 탄생하고 남은 '잔재'들을 엮어 시몬느가 거쳐온 긴 시간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설치미술에 집중해 온 전미래 작가는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가방을 신화의 일부분으로 재조명했다.

동아시아 지역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의 모습을 한 구조물은 하늘에 달린 가방에 손을 뻗고 있는데 이 모습이 흡사 선악과를 마주한 아담과 이브의 모습 같다.

천장에 매달린 붉은빛의 가방들을 일컬어 작가는 '생명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잘 익은 가방'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가방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드러낸 이번 전시회는 8월 31일까지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시몬느 백스테이지 지하2층 갤러리 0914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9시(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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