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한상국 중사 부인 "영화로 남편 만난다니 데이트하는 기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5 16: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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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장면선 고개 돌려 눈물만…배우 진구, 남편과 너무 닮아"
진급 예정일 지나 시신 발견된 한 중사, 추서계급 두고 논란
"하고 싶은 말은 남편 명예 찾을 때까지 가슴 속에"
△ 연평해전 故 한상국 중사 부인 김한나씨 (경기광주=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제2연평해전 발발 13주년을 나흘 앞둔 25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도서관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난 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씨. 김씨는 최근 영화 '연평해전'의 시사회를 다녀온 소감에 대해 "오랜만에 남편과 데이트하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 시사회 가는 날 예쁘게 보이려고 꽃단장했어요"라고 밝혔다. 2015.6.25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故한상국 중사 부인 "영화로 남편 만난다니 데이트하는 기분"

"전투 장면선 고개 돌려 눈물만…배우 진구, 남편과 너무 닮아"

진급 예정일 지나 시신 발견된 한 중사, 추서계급 두고 논란

"하고 싶은 말은 남편 명예 찾을 때까지 가슴 속에"



(광주=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오랜만에 남편과 데이트하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 시사회 가는 날 예쁘게 보이려고 꽃단장했어요"

제2연평해전 발발 13주년을 나흘 앞둔 25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도서관에서 만난 고(故)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한나(41)씨가 지난 1일 영화 '연평해전'의 시사회를 다녀온 소감을 전하며 미소 지었다.

김씨는 "전투 장면은 너무 리얼해서 보기 힘들어 고개 돌려 눈물만 흘렸다"면서도 "남편 역을 배우 진구씨가 연기했는데 말투와 성격, 감성까지 남편과 꼭 닮아서 단번에 팬이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미소 짓는 김씨의 눈가가 떨렸다. 해마다 남편이 떠난 6월이면 찾아오는 불면증에 시달리느라 쌓인 피로에 결막염 증세가 심해져 김씨는 이따금 안약을 꺼내 눈에 넣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끝에 간신히 되찾은 미소다.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지 41일 만인 2002년 8월 9일 남편이 조타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뒤부터 찾아온 우울증은 여전하지만 재작년 기능직 공무원으로 광주시에 채용돼 생활이 안정되고부터 많이 나아졌다.

김씨는 남편이 떠난 해 9월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언니가 살던 캐나다로 떠났다가 제2연평해전 순직자들을 기리는 '추모본부회'라는 인터넷 카페를 접하고는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남편을 알지 못하는 남들도 추모 활동을 하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나 싶었다"며 "한국에 돌아온 뒤부터 추모본부회 사람들을 만나 제2연평해전을 알리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2년여 만인 2005년 4월 다시 한국을 떠났다. 추모 활동 중 한두차례 방문한 게 전부인, 연고도 없는 미국 뉴욕에서 생면부지 외국인들과 한방에서 잠을 자며 식당에 나가 접시를 나르고 바닥을 쓸었다.

김씨는 "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의 진급문제를 떠벌리고 다닌다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선에 우울증이 심해져 미국에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 중사는 중사 진급이 확정됐지만 정식 진급이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중사(진)' 계급으로 북한 경비정과 전투를 벌이다 참수리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정식 진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전투가 발생하면서 한 중사는 '실종자'로 처리돼 진급이 취소됐고, 추후에 당초 진급예정 계급이었던 중사로 추서됐다.

김씨는 "7월 1일이 정식 진급일이어서 남편이 발견된 날을 사망 시점으로 보면 상사로 추서될 수 있다"며 "전투 날 남편이 숨진 사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천안함 때에는 시신이 발견된 날을 사망 시점으로 본 경우가 있어 같은 잣대로 판단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금과 연금 대부분은 시부모님께 드렸듯이 돈은 바라지도 않고 단지 명예직인 군인이었던 남편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3년 만인 2008년 4월 귀국했다. 그 해부터 현재까지 제2연평해전을 알리고 남편의 명예를 찾기 위한 활동을 간간이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군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이 가는 곳"이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을 존중하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고 나라는 그들의 명예를 위해 좀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한 중사에게는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남편이 명예를 찾을 때까지 가슴 속에 접어두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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