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농담은 어디까지"…미국 LA교육청-교사 갈등
LA한인타운 초등교 교사 3개월째 정직 놓고 논란 확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여러분, 방과후 '셰익스피어 연극반' 운영기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연극부 학생들은 아마도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나오는 왕처럼 벌거벗고 연기를 해야 할지 몰라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의 호바트 초등학교 5학년 교사 라피 에스퀴스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가, LA통합교육청(LAUSD)로부터 정직 처분을 당해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현지시간) LA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LA통합교육청은 동료 교사의 제보를 받고 에스퀴스가 수업 중 언급한 농담이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며 정직 처분을 내렸다. 에스퀴스는 지금껏 3개월째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에스퀴스 교사가 평소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이를 실천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교사라는 것이다.
그는 '당신 머리카락에 불이 붙듯이 가르쳐라'를 비롯해 초등학교 교육방법과 기술에 관한 책 3권을 저술해 주목을 받았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국가예술훈장을 받았다.
또 학생들에게 방과후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고 고전과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해 공영방송인 PBS가 제작한 교육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했다.
LA통합교육청의 에스퀴스 교사에 강한 징계를 내린 데에는 최근 학생들을 상대로 저지른 교사들의 성추행 등 잇단 이상행동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A통합교육청은 지난해 미라몬테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이 교사로부터 성추행당했다며 해당 교사와 교장,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합의금으로 1억3천900만 달러(1천536억 원)을 지급했다.
이에 에스퀴스 교사는 "우리는 매사에 과잉반응을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적 방식"이라며 "나는 이런 과잉반응의 희생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이런 시스템을 고치려고 한다. 교사들도 과거 낡은 구습을 따라서는 안된다"면서 LA통합교육청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스퀴스 교사는 "교육청의 감사도 대학 시절 여성 관계는 어떠했느냐는 등 본질과 어긋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면서 "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심지어 교육청의 감사는 내가 방과 후 맡은 셰익스피어 연극반까지 확대됐다"면서 "아마도 방과후 연극활동이 성적 올리기와는 관계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퀴스 교사의 소송 제기는 집단 소송을 확산될 조짐이다. 수업 중 경미한 농담이나 실수로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들이 속속 소송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이후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 수는 무려 89명에 달한다.
호바트 초등학교 학부모들도 교육청의 조치가 과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에스퀴스 교사가 열악한 교육환경에다 박봉에도, 반 학생들을 상대로 수학 과외수업을 하고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는 기타교습, 셰익스피어 연극을 통해 인성교육도 펼치는 '모범적인 교사'였다는 게 그 이유다.
학교 안팎에서 에스퀴스 교사는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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