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0년만의 가뭄'에 전력난도 심각"
장마당이 전력·식량난 완충 역할…최악 가뭄은 과장된 주장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이 '100년만의 최악 가뭄'으로 가뜩이나 열악한 전력 공급에 더욱 차질을 빚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가뭄으로 심각한 전력 부족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례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과 댐 수위가 낮아진 탓에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력 생산량의 6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평양 거주자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전력 생산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30일 유엔의 북한 상주조정관 굴람 이사크자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뭄으로 상당수 수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북한의 전력 생산량이 50%가량 줄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의 발전소는 대부분 냉전 시대 소련이 지어준 낡은 시설이어서 사정이 좋을 때조차도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가장 최근 기록인 2012년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 190억㎾로 한국(5천억㎾)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인 프랭크 본 히펠 노틸러스연구소 박사는 "우리가 알기로는 (북한의) 대형발전소에서도 모든 보일러를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당국이 적절히 전력을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주민들이 알아서 집과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공장들이 전력난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산업 발전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이 핵협상에 미온적인 북한의 태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최근 생겨난 북한의 '장마당'이 지하 시장경제를 가동시켜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과 전력난의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100년만의 최악 가뭄'이라는 북한 측의 보도에 대해선 과장된 주장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18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북한의 가뭄은 아직 재앙적 수준이 아니다"는 아시아농업전문가 랜들 이어슨의 글을 실었고, WP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22일 게재하면서 북한이 '100년만의 가뭄'을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이어슨 등 복수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주장이 과장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기근은 공산주의 정권이 수십년 동안 경제를 잘못 운용한 것에 심각한 가뭄과 홍수가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비가 내리지 않고 농작물이 거의 수확되지 않아 가격이 급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북한이 1990년대와 같은 대기근을 다시 경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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