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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당 운영 준비하는 노인들 <<연합뉴스 DB>> |
경로당·장터에 다시 웃음꽃…메르스 공포 벗는 옥천
농협 하나로클럽 매출 평소 90% 회복, 음식점도 예약 재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한동안 문을 닫아뒀더니 곰팡이 냄새가 지독하구먼. 메르슨지 뭔지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거지…"
23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 경로당에는 할머니 두 분이 나와 연신 방바닥에 걸레질을 하면서 문 열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꼭꼭 걸어잠궜던 출입문을 다시 열어 방안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화장실의 퀴퀴한 냄새를 빼내면서 개학을 앞둔 학생처럼 들뜬 표정으로 수다를 떨었다.
신현자(72·여)씨는 "경로당이 폐쇄되고, 방역차량이 오가면서 한동안 집안에만 갇혀 지냈다"며 "내일부터 다시 경로당과 복지관 등이 문을 연다는 말에 갑갑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고 반겼다.
충북 유일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옥천군이 차츰 후유증을 걷어내고 있다.
경로당과 공공시설이 속속 문을 열고, 5일장과 가축시장 등도 개장을 앞둔 상태다.
인구 5만3천여명에 불과한 이 지역이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것은 지난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주민이 열흘 동안 동네병원 3곳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80여명의 주민이 격리됐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는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모두 폐쇄됐다.
모든 학교가 휴업하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지역경제가 일순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응 등에 힘입어 의심환자 한 명 없이 2주간의 잠복기를 무사히 넘어서면서 지역이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바깥 출입을 꺼리던 주민들이 다시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고, 문 닫았던 공공시설도 속속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 22일 평생학습원을 시작으로 이날부터 공설운동장, 체육센터, 생활체육관 등이 동호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24일 303곳의 경로당과 노인장애인복지관이 일제히 문을 열고, 장날인 25일에는 5일장과 가축시장도 재개장할 예정이다.
파리만 날 던 음식점에도 다시 손님이 들기 시작했고, 시장 안에도 반찬거리를 사러나온 주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옥천농협 하나로클럽의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 발생 뒤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매출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이번 주에는 평소의 90%대로 올라섰다"고 반겼다.
이 지역서 제법 이름난 한정식집 주인도 "열흘넘게 손님의 발길이 끊겼었는데, 어제부터 다시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것으로 드러나 직격탄을 맞은 옥천성모병원도 다시 북적거리던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병원 관계자는 "한때 5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던 외래환자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늘어나 지금은 평소 수준을 거의회복했다"며 "환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현관서 발열체크와 손소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과 기업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장기적인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급처방을 내놓고 있다.
군은 공무원들의 외식을 유도하기 위해 당분간 구내식당을 축소운영하기로 했고, 농기계제조업체인 국제종합기계는 전 직원에게 회식비를 지급해 음식점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만 군수는 "메르스가 한풀 꺾였으니 가뭄으로 고통받는 농민과 소상공인 지원에 행정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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