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거론한 짐 크로는 백인의 흑인 분장 코미디서 유래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한 청년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개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미디언 마크 마론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흑인을 지칭하는 금기어인 '깜둥이'(nigger)라는 말을 직접 써가며 인종차별의 짙은 그림자가 지배하는 미국의 현실을 단호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예제도의 유산인 짐 크로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했다.
흑인의 참정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역사적인 투표권법이 올해 제정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일부 백인의 마음에 내재한 흑인 차별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짐 크로법은 남북전쟁(1861∼1865년)에서 노예 해방을 내건 연방군(북군)에 패한 미국 남부 주(州)에서 흑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공공기관에서 합법적으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흑인은 '분리됐으나 평등하다'는 기묘한 짐 크로법의 희생양이 됐다.
짐 크로(Jim Crow)는 1830년대 백인이 흑인처럼 분장하고 노래를 부르는 쇼에서 유래했다.
이전에도 흑인을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연극이 있었지만, 토머스 대디 라이스라는 백인 희극 배우가 무대에서 흑인처럼 행세하며 부른 '점프 짐 크로'라는 노래가 당시 크게 유행하면서 짐 크로라는 말은 흑인을 경멸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남북전쟁에서 패퇴한 남부 연맹의 주는 전쟁 후 흑인의 인권을 제약하고 흑인과 백인의 불평등을 법으로 조장하는 짐 크로법을 속속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1876년부터 80년 넘게 이어지던 짐 크로법은 1954년 5월 17일 공립학교에서의 불평등한 인종 분리 교육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브라운 대 토피카' 판결을 계기로 일대 전환점에 봉착했다.
이듬해인 1955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좌석을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흑인 민권 운동으로 버스에서의 흑백 좌석 분리제가 폐지되면서 짐 크로법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인종·민족·국가·여성의 차별을 금지한 연방 민권법이 1964년 제정되고, 다음해에 투표권법마저 생기면서 짐 크로법은 즉각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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