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5주년> 한해 한해가 각별한 워싱턴 '참전용사마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23 06: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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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명 입주자 가운데 120명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6·25 65주년> 한해 한해가 각별한 워싱턴 '참전용사마을'

453명 입주자 가운데 120명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심인성 특파원 =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해마다 한국전쟁(6·25 전쟁) 기념일이 다가오면 미국 워싱턴D.C.의 '참전용사마을'(AFRH·Armed Forces Retirement Home)에는 어김없이 한국전에 대한 얘기꽃이 핀다.

한국전에 직접 참전했던 역전의 노병들이 과거 힘들었던 전장의 기억을 회고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한국의 현재 발전상에 뿌듯해하며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노병들이 안타깝게도 하나둘씩 목숨을 거두면서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 입장에선 한해 한해가 더욱 소중한 상황이다. 한국전쟁 발발 65주년인 올해 역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22일(현지시간) 찾은 워싱턴D.C. 북부 노스캐피탈 스트리트에 위치한 참전용사마을. 미시시피 주(州) 걸프포트를 비롯해 미 전역의 5개 시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참전용사마을이다.

한국전을 비롯해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등 세계 각국의 전쟁에 참가했던 용사들이 머무는 복지시설이다. 정문에 들어선 후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러 가는 도중에도 베트남전 참전 용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유료로 운영되는 이곳은 1851년 노병과 상이군인들을 위한 보호시설로 처음 문을 연 뒤 계속 확장돼 지금은 450만㎡의 면적에 물리치료실을 비롯한 요양시설과 함께 영화관, 당구장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체 입주자 453명 가운데 120명이 한국전 참전용사들이다.

시설 관리인인 샨 서베이스는 "입주자가 한때 2천 명에 달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고 한국전 참전용사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참전용사들은 우리에게 특별하다. 그들 없이는 우리도 여기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소중한 참전용사들에게 최고의 은퇴 커뮤니티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만난 한국전 참전용사 3인의 표정은 더욱 밝아 보였다.

몸이 불편해 보행기 겸 휠체어인 워커에 기대고, 또 청력이 극도로 약해져 보청기를 낀 채 인터뷰에 응했지만, 한국전 참전 당시를 회고하는 이들의 목소리만큼은 힘이 넘쳤다.

1952년 21살의 나이에 상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이듬해까지 한국에서 보냈다는 리처드 로빈슨(84) 씨는 처음 부산에 도착해 대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서울의 미8군 본부에서 각종 기밀을 최전선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전에 참가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나는 내 의무를 다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인터뷰 후 취재진을 직접 자신의 방으로 안내해 "9개의 훈장 가운데 7개가 한국전쟁과 관련된 것"이라며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제작한 자신의 참전 인터뷰 동영상을 보여줄 때는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듯했다.

1950년 10월부터 1952년 2월까지 1년6개월 간 병장으로 참전한 케네스 홀(84) 씨는 "19살에 처음 포항에 투입돼 상륙함을 타고 북한 지역에까지 올라갔었다"고 회고했다.

내달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는 홀 씨는 "한국전 참전 이후로 한 번도 한국을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이고, 또 여러분이 (한국전 이후) 이룬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전 협정 체결 당일인 1953년 7월27일 해병대 일병으로 한국에 파견됐다는 찰스 펠더(79) 씨는 "여기 있는 우리처럼 모든 군인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휴전 이후 3년간의 한국 복무를 자랑스러워하면서 "2013년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를 받고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아주 멋졌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에 직접 참전하지 않은 펠더 씨는 지난 3일 미국 연방의회 오리엔테이션 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국제시장'의 특별상영회를 로빈슨 씨 등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함께 봤다고 전하면서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또 보고 싶다"며 영화는 물론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전용사마을에는 오로지 참전용사들 본인만 입주할 수 있다.

10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입주한 로빈슨 씨의 경우처럼 통상 노년에 홀로 된 뒤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수준급의 시설에도 시설 곳곳에서 노년의 외로움이 묻어났다. 현재 최고령 입주자는 100세로 알려졌다.

"나는 시간이 많다. 이런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내 기쁨이고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감사를 표하는 로빈슨 씨의 말이 현장을 떠나는 취재진의 마음 한편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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