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신예 임화영 "연기, 하면 할수록 부족하네요"
김기덕 감독 영화로 데뷔…듀오 광고모델로 얼굴 알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제 연기를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해왔지만요. 연기는 수학 공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공식에 대입해 푸는 것처럼, 배우가 끊임없이 캐릭터를 고민하면서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연기가 있어야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지잖아요."
22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신인 여배우 임화영(31)의 어투에는 제법 연기 철학에 대한 내공이 묻어났다.
어렸을 적 교회 선교단에서 무용과 율동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국악예고와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어머니는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 배우가 된 언니 임강희 씨 때문에 한때 임화영이 진로를 예체능으로 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임화영의 끼와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현재 어머니는 임화영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비평가가 됐다.
먼저 연극과 방송을 통해 연기 경력을 쌓은 임화영은 지난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로 충무로에 샛별같이 등장했다. 그러나 임화영의 첫 장편영화 촬영작은 오는 25일 개봉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다.
"카메라 경험이 없어 작은 역할부터 오디션을 보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전에 단편 독립 영화는 몇 편 찍었지만, 첫 장편 영화는 오디션을 보고 들어간 '메이드 인 차이나'예요. 제작을 맡으신 김기덕 감독님이 촬영장에 방문하셔서 저를 보시고는 '일대일'에 캐스팅하셨고요."
그는 김기덕 감독 영화의 색깔이 워낙 뚜렷하고, 표현하려는 주제도 명확해 신인 배우가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다.
임화영은 이번 영화에서 출중한(?)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며 자연스러우면서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중국어는 처음 해봤는데 영화를 보니 편집이 잘된 것 같아요.(웃음) 이번 영화의 연출부 친구가 박기웅 선배님과 제게 중국어를 가르쳐줬어요. 연변사투리는 자주 가는 맛집의 친한 이모님께 많이 여쭤보고, 영화 '황해'의 대사를 녹음해 듣기도 했어요. 중국어에 연변사투리, 연기까지 해야 하니 촬영 내내 긴장이 많이 됐죠. 박기웅·한채아 선배님이 얼어붙은 저를 편안하게 해주셔서 큰 위기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충무로에 갓 데뷔한 신인답게 임화영의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에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임하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오디션을 보면 공부가 많이 돼요. 오디션을 보고 떨어진 적도 있지만, 당당히 작품에 들어갈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배우는 항상 고민하고, 안주하지 않으면서 연습하고 뛰어야 하는 직업인 거 같아요."
임화영은 2012년부터 2년간 결혼 정보회사 '듀오'의 광고 모델을 맡으며 세간에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버스와 지하철 광고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그녀의 사진을 한 번쯤은 봤을 터다.
"듀오 광고모델 이력이 제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연기 활동을 하는데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저를 통해 듀오에 가입하려는 사람도 많았답니다. (웃음) 듀오 모델까지 하는데 연애나 결혼은 안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요. (웃음) 지금은 우선 열심히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훗날 좋은 분을 만나려고요."
임화영은 배우 정우성의 팬이라고 밝혔다. 이상형은 눈빛이 매력적이고, 남자다우며,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외국 배우로는 메릴 스트리프, 한국 배우로는 배종옥·나문희처럼 자기만의 색깔로 다양한 배역과 내면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연기 내공이 쌓이면 자신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력적이고 강한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빨리 알려지고 성공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가고 싶어요. 엄마한테 빨리 효도하고 싶은데, 제가 워낙 천천히 가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요. 어느 한 쪽에 큰 욕심을 부려 목을 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매 순간 연기에 대한 후회는 많아도, 연기를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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