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로 발견된 무연고 시신, 민간단체가 마지막 배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백골 상태로 야산에서 발견된 한 무연고 시신이 민간단체가 마련한 장례식으로 마지막 길에 존엄을 지켰다.
22일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 나눔에 따르면 올해 4월26일 서울 관악산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옆 나무에는 매듭이 지어진 빨랫줄이 감겨 있어 경찰은 자살한 시신으로 추정했다. 피부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지문 등을 이용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던 탓에 유족을 찾을 수 없는 시신이었다.
결국, 관할 관악구는 이달 초 해당 시신을 무연고 사망자로 최종 판단하고 나눔과 나눔 측에 처리를 요청했다. 나눔과 나눔은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나눔과 나눔은 이달 14일 관악구의 한 장례식장에 시신을 위한 빈소를 차렸다. 유족이 없으니 영정 사진을 구할 길이 없었고, 이름조차 알지 못해 제단에는 이름 대신 '고(故) 무명남 신위(神位)'라는 위패가 놓였다.
유족도 없이 장례가 치러진다는 소식을 들은 나눔과 나눔 회원 한 명이 가족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대리상주 역할을 하며 잠시 고인의 곁을 지켰다.
영결식은 같은 날 오후 늦게 거행됐다. 헌화와 묵념, 추도사 낭독, 고인을 위한 기도, 분향 등 장례식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췄다. 시신은 이튿날 화장된 뒤 경기도 고양시의 무연고자 유골 안치소로 옮겨졌다.
박진옥 나눔과 나눔 사무국장은 "고인에게 어떤 사연이 있어 깊은 산속에서 삶을 마감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고인을 위해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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