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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2015.6.21 |
김홍국 하림 회장 "팬오션 인수 시너지, 굉장히 클 것"
"팬오션 CEO는 팬오션 출신으로…2년내 인수금융 다 갚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최근 해상운송업체 팬오션 인수를 확정지은 하림그룹의 김홍국(58) 회장은 21일 "앞으로 하림과 팬오션이 굉장히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하림그룹 본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판 카길'로 상징되는 국내 메이저 곡물유통기업을 구상하던 중 법정관리에 있던 팬오션이 매물로 나오자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팬오션은 2007년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곡물을 운송했고, 우리나라 수입 물량의 두배를 운송하던 회사"라면서 "해상운송에서는 아주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팬오션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선 "범양상선(팬오션의 전신) 때부터 근무해 온 팬오션 출신을 CEO(최고경영자)로 뽑을 것"이라며 "인수했다고 해서 하림그룹 사람이 (팬오션에) 들어가서 경영 참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뿐"이라며 "전문성을 가진 팬오션 구성원들을 믿고 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림그룹은 현재 팬오션에 인수단을 보내 경영권 인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모든 인수 절차는 7월 말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팬오션의 현재 조직을 유지하되 곡물사업부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카길은 곡물회사 안에 선박사업부를 뒀지만, 나는 팬오션이라는 선박회사 안에 곡물사업부를 두는 것"이라며 "반대의 형식이지만 결론은 같다"라고 말했다.
카길은 전세계 곡물시장의 40%를 점유한 세계적 곡물 유통기업으로, 벌크선(곡물·광물 등을 나르는 배) 500∼600척을 운영하고 있다.
대중에게 닭고기 회사로 익숙한 하림그룹은 이제 글로벌 곡물유통기업, '한국판 카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곡물은 하림의 주 사업영역인 축산, 식품가공, 사료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김 회장은 "곡물을 통해 사료가 만들어지고, 사료를 통해 닭고기, 돼지고기가 만들어진다"며 "그렇게 보면 우리가 하는 닭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 가공 사업의 기초소재는 모두 곡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3%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북아는 곡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반면 미국 등 북미 지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서는 곡물이 많이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김 회장은 곡물 유통이 중요한 미래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곡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을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곡물 수입국이 될 것"이라며 "이같은 식량 구조, 지정학적 입장에서는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보기에 곡물 유통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곡물 자급률이 20%대인 일본은 50여년 전부터 글로벌 곡물 유통에 뛰어들어 수입량의 96%를 자국 곡물유통회사가 공급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메이저 곡물유통회사가 전무한 상태다. 하림이 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목표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김 회장은 이를 일축했다. 팬오션 인수 비용은 1조79억원으로, 이 중 3천900억원을 인수 금융으로 조달했다.
김 회장은 "인수 대금 1조79억 가운데 팬오션 부담금 1천500억원, 재무적 투자자(FI) 부담금 1천700억원을 빼면 우리가 부담하는 건 6천800억원인데 이 중 3천900억원을 은행 인수 금융(브릿지론)으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내 현금 보유는 8천억원 수준으로, 자회사들에는 돈이 있지만 인수 주체인 지주회사 제일홀딩스는 돈이 부족했다"며 "자회사 돈을 가져다 쓰면 법 위반이기 때문에 우선 인수 금융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회사의 필요없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상장사의 일부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 등을 통해 2년 안에 인수 금융을 갚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자산 규모가 4조8천억원인 하림 그룹은 비슷한 자산 규모의 팬오션 인수로 총자산이 9조를 넘게 돼 내년부터 대기업집단에 속하게 된다.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에 제한을 받는 등 각종 규제가 따른다.
김 회장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규제가 180개 정도 생기지만,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며 "유예 기간 안에 규제에 다 맞출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가 오늘날 하림그룹의 시작이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어린 소년이었던 김 회장은 병아리를 키워 닭 10마리를 판 돈으로 병아리 100마리를 다시 샀고, 그 병아리를 또 키워 파는 방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돼지 18마리를 샀다고 한다.
이 일에 재미를 느끼고 적성을 발견한 김 회장은 본격적으로 축산업에 뛰어들고서 식품 가공, 유통, 사료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가 언제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에 부침도 여러 번 있었다.
닭을 키우던 20대 초반 불황이 와서 한차례 망했었고, IMF 금융위기 때는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화재로 공장이 불탔을 때와 조류독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됐을 때에도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어려움을 통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고,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나면 급성장을 했다"며 "어려움이라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고 포기하지 말고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지난해 경매에 나온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상징과 같은 이각(二角) 모자를 25억8천만원에 낙찰받은 것도 그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이 모자는 내년 5월 서울 논현동에 완공하는 하림그룹 본사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는 "나폴레옹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는 사람이었다"며 "청년들이 그의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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