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물은 찰랑찰랑, 논은 바짝바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9 10:37:56
  • -
  • +
  • 인쇄
4대강 주변 농경지도 가뭄…강물 활용 미흡 지적
4대강물 농업용수로 공급할 시설 설치 서둘러야
△ 남한강 물로 마른 저수지 물 채우기 (여주=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옥촌저수지에서 수자원공사가 남한강 물을 담은 물탱크 차량으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물을 채우고 있다.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르포> 강물은 찰랑찰랑, 논은 바짝바짝

4대강 주변 농경지도 가뭄…강물 활용 미흡 지적

4대강물 농업용수로 공급할 시설 설치 서둘러야



(여주=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 "강물이 아무리 많아야 뭐합니까. 쓸 수가 없는데…"

18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장풍1리.마을의 한 노인이 텃밭에서 풀을 뽑으며 이렇게 푸념했다.

남한강에서 8㎞가량 떨어진 이 마을은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하지 못한 논이 군데군데 보였다.

한창 모가 자라야 할 장풍8교 부근 논 10배미는 잡초만 자라고 있었다.

"마을 상류에 있는 저수지가 고속도로 공사과정에서 묻히는 바람에 올봄 내내 관정을 파서 간신히 모내기를 했다"며 "한강물이 들어오는 옆 마을처럼 강물을 끌어다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소연했다.

참외로 유명한 남한강 주변 금사면 외평리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권영관(73)씨에게 강물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4대강 사업으로 풍족해진 한강물을 이용할 수 있는 관개시설이 마을에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씨는 비닐하우스 10개동 6천여㎡ 참외밭에 물을 대기 위해 개당 150만원씩 주고 관정 3개를 파야 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도 평년의 3분의 1 수준밖에 나오지 않아 밤새 물을 퍼 아침에 뿌리곤 했다.

마을 주민들은3∼4단계의 펌프질 작업을 통해 상류까지 한강물을끌어들여 겨우 모내기를 했다고 했다.

"강물을 인근 농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런 가뭄에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가뭄 때문에 고갈된 대신면 옥촌리 옥촌저수지에 물을 채운다며 15t 급수차 40대를 동원해 연신 물을 길었다.공사는 이달 말까지 매일 급수차 30대를 동원해 저수지에 7천200㎥의 물을 채울 계획이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지천과 유역에 대한 관개시설 공사를 하지 충분히 않아 빚어진 촌극이다.

마을 주민 임종휘(63)씨는 "수해로 붕괴된 저수지를 복구하면서 바닥준설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물막이를 당초보다 낮춰 저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물을 채워줘서 당장 물 걱정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주민은 "한강물을 길어다 주는 것은 고맙지만, 물값보다 급수차 기름 값이 더 나올까 걱정"이라며 "애초에 공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주시는 올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8억5천만원을 긴급 투입, 대형관정 15개를 파서 가까스로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다.

여주보, 이포보, 강천보 등 3개의 보가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여주시에서 이같은 일이 빚어진 이유는 남한강물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주시 농지면적 7천800㏊ 가운데 남한강물을 이용하는 곳은 전체의 40% 남짓에 불과하다.

농어촌공사가 18개, 여주시가 7개의 양수장을 설치해 강물을 끌어올려 주변 농지에 공급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지천이나 저수지, 관정 등을 이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뒤늦게 지난해 남한강물을 지천인 청미천 상류로 끌어올려 이천시 장호원읍, 여주시 가남읍, 점동면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모두 1천398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2천648㏊가 물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이제 설계단계여서 완공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광국 여주시 농정과장은 "4대강 사업당시 농업용수 고갈시 강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지천의 수위가 떨어지면 한강물을 이용해서 관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