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으로 3천500여명 추가 피해자…휴대전화 카톡 메시지가 단서
19명이 법정서 '위증극'…재판 끌며 1천억 추가 사기
충성맹세로 가담자 선발…위증 교사 유사수신업체 대표 구속기소
재판 지연으로 3천500여명 추가 피해자…휴대전화 카톡 메시지가 단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업체 업주가 업체 간부들을 내세워 조직적인 위증을 부추기다 덜미를 잡혔다.
거짓말로 재판부를 속인 업주는 재판을 1년 이상 끌며 버젓이 930억원대의 추가 사기 행각을 벌였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금융하이마트'라는 불법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던 최모(52)씨는 "상장사에 투자해 돈을 불려주겠다"고 속여 2천500여명에게서 109억원을 챙긴 혐의로 2013년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바지사장'격인 김모(52)씨만 구속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서 최씨의 '계략'이 시작됐다. 최측근인 업체 이사 우모(53)씨와 함께 충성심이 강한 간부급 직원을 골라 증인신문사항과 허위 답변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치밀하게 위증을 부추겼다.
직원들은 법정에서 "최씨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김씨가 다 벌인 일이다"라며 거짓말로 최씨를 지원했다.
복역 중 증인으로 나선 김씨도 "내가 실제 운영주"라며 최씨를 비호했다. 일부 간부에게는 위증 대가로 1천만원을 주는 등 증인 매수 사실도 드러났다.
한 간부는 휴대전화 메신저로 '고군분투하시는 회장님, 항상 존경합니다. 상무 진급 영광을 회장님께 돌리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충성맹세 서약도 했다.
이들은 '최씨가 무사해야 사업도 성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씨는 공판 시작 후 지난달까지 1년 7개월간 위증과 불필요한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며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지속했다.
이 기간 업체의 전국 지점망은 10개에서 33개로 늘었고 피해자는 6천여명, 피해액은 930억원에 달했다. 21억원을 뜯긴 피해자도 있었다.
최씨가 투자했다는 상장사는 실체가 없거나 폐업 직전의 회사였으며, 피해자들에게는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교환증만 주어졌다.
'거짓말 드라마'의 전모는 검찰이 최씨의 휴대전화 메모리를 복구해 위증 당사자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가 끌어모은 930억원 가운데 조직 운영자금으로 들어간 돈 외에 현금 400억여원이 최씨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가져간 돈 가운데 일부는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쓴 것으로 파악했지만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액 추징을 위해 최씨의 부동산 일부를 가압류 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정진기 부장검사)는 최씨를 위증교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위증 범행에 가담한 간부 19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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