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가뭄대책…강제 절수명령·물 절약 캠페인
<가뭄 비상> '목타는' 미국 서부…혹독한 절수대책 눈길
가뭄 4년째 이어져, 대가뭄 전망 속 급수난 심각
엄격한 가뭄대책…강제 절수명령·물 절약 캠페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닥치면서 이를 이겨내기 위한 혹독한 절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산하 자치단체에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감축하는 '강제 절수명령'을 내린데 이어 자치단체별 절수 비율을 할당하는 시행규칙을 발표했다.캘리포니아 주에서 강제 절수명령은 167년 만에 처음이다.
극심한 가뭄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겨울 강설량이 평년의 5%에도 미치지 못하자 주 정부가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다.
가뭄 극복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우리가 참고할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타들어가는' 대지…대가뭄 도래 전망 속 급수 '빨간불'
캘리포니아 주의 가뭄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눈·비가 내리지 않아 적설량이 줄었으며 호수 수위는 계속 내려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의 올해 1월 강수량은 1850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호수·저수지의 수위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샤스타 호수의 바닥이 드러나면서 제1차 세계대전 시기의 고속도로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 연방 우주항공국(NASA)의 위성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세크라멘토와 샌호아킨 분지의 지표와 지하에 있는 모든 강과 저수지, 지하수의 수위가 정상보다 30cm 낮아졌다.
문제는 캘리포니아 주의 가뭄이 몇 년 안에 끝나지 않고 수십 년간 이어지는 '대가뭄'(Mega Drought)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NASA의 고다르 우주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미국 남서부와 중부 대평원 지역에 오는 2050년 이후 최소 35년 이상 지속되는 대가뭄이 찾아올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1930년부터 7년간 중부 평원지대를 휩쓴 '황진(黃塵) 현상'으로 콜로라도 산맥 주변 일대의 식용수가 고갈된 사례를 거론하며 향후 대가뭄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급수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의 극심한 가뭄 원인은 엘니뇨와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의 편차는 3월 0.6도, 4월 0.9도에서 5월 1.1도로 크게 높아졌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북미·남미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미주 지역의 가뭄과 필리핀·호주 등의 건조한 대기가 대표적이다.
◇가뭄 피해 '눈덩이'…국유림 고사·견과류 가격 상승
캘리포니아 주의 연이은 가뭄은 수목들을 말라죽이면서 산불이 발생할 최악의 환경을 낳고 있다. 연방 산림청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산림에서 1천250만 그루의 나무가 고사했다.
항공 촬영으로 판독한 결과 캘리포니아 국유림 지역에서 수목이 고사한 면적은 약 100만 에이커(약 4천50㎢)에 달했다.
말라 쓰러진 나무와 수풀이 수북하게 쌓이면서 캘리포니아 산은 최악의 산불 위기에 처했다. 작은 불씨도 폭발적인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라 소방당국은 초비상이다.
미국 서부의 극심한 가뭄으로 견과류와 감귤류의 국제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견과류와 오렌지·레몬의 세계적 산지인 캘리포니아 주의 물 부족이 원인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취수 제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견과류·감귤류 수확이 감소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국제 가격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인 아몬드의 국제 가격은 1파운드당 5.2달러로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배 가까이 뛰어오른 수준이다.
호두는 1파운드당 5달러 내외에서 거래돼 전년보다 10% 이상 올랐다. 호두 가격이 오르자 인도와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아몬드 대체 견과류 캐슈넛의 국제가격도 5%가 올라 파운드당 4달러를 웃돌고 있다.
◇'혹독한' 가뭄대책…의무 절수명령 속 수도료 껑충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마련한 물 절약 시행규칙은 가혹할 정도다. 모든 골프장·묘지 등 대규모 잔디밭을 보유한 시설은 의무적으로 절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거리미화용 잔디에 물을 주는 행위가 전면 금지되며, 물 사용량이 많은 농장·목장 등은 주 관계기관에 매달 물 사용량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시행규칙의 '핵심'은 도시별 의무 절수량을 차등 배분한 것이다. 물 사용량이 많은 도시는 최대 35%까지, 물 사용량이 적은 지역은 10%까지로 각각 정했다.
이처럼 의무 절수량을 차등 적용한 것은 도시별 재정 상황에 따라 1인당 물 소비량이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주 정부는 일반 가정에서도 물 소비량이 많을수록 요금을 차등하는 '수도값 누진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각 가정의 수도꼭지와 화장실 변기에 대한 규제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마당의 잔디를 물 사용이 적은 품종으로 교체하는 사업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호텔 객실에서 사용하는 수건과 이불·침대보를 매일 세탁할 것인지 투숙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식당에서는 손님이 주문을 하기 전 먼저 식수를 내놓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 100년 넘게 물 사용권을 행사 중인 '상급 용수 사용권자'(senior water rights holder)들에게도 절수 명령이 떨어졌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뭄으로 상급 용수 사용권자의 권리까지 제한한 것은 1977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처음이다.
대상은 1914년 이전부터 물 사용권을 보유한 개인·단체를 상급 용수 사용권자로, 1903년 이후 물 사용권 획득자들에 한해 적용된다.
제한 조치에 따라 새크라멘토·샌호아킨·델타에서 상급 용수 사용권자는 해당 지역의 강이나 수로에서 물을 함부로 퍼올릴 수 없다. 대신, 지하수를 사용하거나 미리 비축한 물 또는 별도로 구입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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