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 국가선포 1년> 종파갈등·反서방 부추겨 대혼돈으로
수니-시아 갈등 파고들어…서방을 '불신자' '십자군'으로 낙인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 1년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RK 중동 지역뿐 아니라 전세계를 테러 공포의 대혼돈 속으로 빠뜨린 전술은 크게 종파 갈등과 반(反)서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이들이 표방하는 구호인 '존속과 확장'과 연결된다.
중동 내부에선 종파 갈등을 이용해 '존속'하고, 대외적으론 반서방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이슬람교의 대변자로 '확장'하고 있다.
IS는 일단 중동권에선 이 지역의 고질병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이 조직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는 모두 시아파 정권으로 IS는 이들 정부군과의 대결을 시아파의 '폭정'에 시달리는 수니파 주민을 해방한다는 구도로 선동한다.
이라크 키르쿠크와 라마디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IS와 단독으로 대적하는 데 역부족인 이라크 정부군은 IS에 빼앗긴 이들 지역을 탈환하면서 시아파 민병대를 대거 동원했다.
IS는 이에 즉시 인터넷에 시아파 민병대가 무고한 수니파 주민을 잔인하게 학살했다며 동영상과 사진을 대량 유포해 수니파의 감정을 자극하는 심리전을 구사했다.
바그다드의 서쪽으로 인접한 안바르주가 IS에 순식간에 장악된 것도 2003년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 퇴출 뒤 들어선 시아파 정권에 소외감을 느낀 이곳 주민들의 정서적 공감을 얻을 수 있어서였다.
IS의 예멘 지부를 자처한 조직이 5월 초 공개한 집단 참수 동영상의 제목을 '시아파 제거'로 명명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시아파 모스크만을 골라 공격하는 까닭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시아파를 '이교도'나 '배교자'로 부르며 강경 수니파를 부추긴다.
종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중동의 주요 이해 관계자를 묘한 지점에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사우디를 위시한 걸프의 수니파 왕정과 시아파 맹주 이란의 대립으로까지 확전할 수 있어서다.
IS가 시아파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라크·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개입 수위는 높아졌고 이를 저지해야 하는 수니파 진영은 사사건건 이란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사이에서 미국은 이란 핵협상과 맞물리면서 IS 사태에 전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IS가 '시아파 타도'를 외치며 종파 갈등을 악용하지만 실제로 이들에게 고통받고 살해당하는 무고한 주민들은 수니파가 오히려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종파주의는 이들의 신념이 아니라 자신의 통치를 종교적으로 덧칠하려는 정치적 선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동 전문 칼럼니스트 램지 바루드는 "중동에서 계층, 종교, 인종, 종파를 가리지 않고 IS에 희생됐다"며 "IS는 '공포 통치'를 위해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IS가 구사하는 사상적 전략의 다른 한 축은 반서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IS의 지부를 표방한 조직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IS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미국 텍사스 총격 사건 등 서방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간 반서방 테러의 중심 조직이 알카에다였으나 올해 들어 무게중심이 IS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제2의 9·11 테러'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다면 그 장본인은 IS일 것이라는 예상엔 이견이 없을 정도다.
IS는 서방 진영을 '불신자', '십자군'으로 낙인하고 공격의 표적으로 삼는다.
서방을 이슬람의 신성을 해치는 침략자로 규정함으로써 IS는 수니파를 넘어 이슬람교와 무슬림의 수호자로 자리를 잡으려 한다.
사우디는 자국의 국왕을 '두 성지(메카·메디나)의 수호자'로 부르는데, IS는 사우디가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과도 내통한다고 비난하면서 정통성에 시비를 거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서방 이데올로기는 서방에 살면서 주류 백인사회의 냉대와 소외를 받는 무슬림 가운데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선동하는 데도 상당히 효력을 발휘한다.
중동과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의 예기치 못한 테러가 서방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면서 IS의 위협은 전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