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고전의 엉거주춤한 변주…'그램머피의 지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4 18:01:50
  • -
  • +
  • 인쇄
유니버설발레단 세계 초연작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공연리뷰> 고전의 엉거주춤한 변주…'그램머피의 지젤'

유니버설발레단 세계 초연작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음악과 신비롭고 극적인 춤으로 낭만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지젤'은 다른 고전이 그러하듯이 1841년 초연 이후 170여 년에 걸쳐 끊임없이 변주, 재해석돼 왔다.

지난 13일 유니버설발레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한 '그램머피의 지젤'도 그중 하나다.

유니버설발레단이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에게 의뢰해 만든 컨템포러리 발레로, 안무가는 공연 전 원작의 기본 줄거리만 남기고 음악, 안무, 캐릭터, 세트, 의상 등을 모두 바꾼 완전히 새로운 '지젤'의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여성 무용수들의 춤에 집중된 원작과는 달리 주변 캐릭터들을 살려 드라마를 강화하고, 음악에는 국악기를 사용해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겠다고 했다.

원작에서는 지고지순하고 연약했던 지젤이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하고, 처연하기만 했던 처녀귀신 '윌리'가 복수심에 찬 악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모습을 드러낸 이 새로운 지젤은 이야기의 배경이나 설정에 약간의 변화를 줬을 뿐 큰 틀에서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램 머피의 안무와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의 작곡가 크리스토퍼 고든의 음악은 현대적이고 역동적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지젤'은 여전히 연약했고, 드라마를 강화하기 위해 프리퀄 형식으로 덧붙인 '윌리'의 여왕 '미르테'와 지젤의 어머니 '베르테', 아버지 '울탄'의 삼각관계는 별다른 극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평민과 귀족이라는 주인공 남녀의 배경을 '자연친화적'인 지젤의 세계와 '문명사회'인 알브레히트의 세계로 바꿨으나, 이질적인 두 세계는 작품에 극적인 갈등이나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안무가가 '코리안 지젤'이라고 표현한 이 작품에는 한국적 요소가 가미됐는데,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해 어정쩡했다. 안무, 음악, 의상의 배치를 자세히 보면 '한국적인 것'에 대한 서양 창작진의 이해의 한계를 드러낸 인상마저 준다.



'자연친화적'인 것으로 설정된 지젤 세계 사람들은 꽹과리, 장구 등 국악기가 두드러지는 음악을 배경으로 개량 한복을 연상케 하는 향토적 의상을 입은 채 원시적인 분위기의 춤을 춘다. 이에 비해 '문명사회'인 알브레히트 세계는 현악기와 금속 타악기로 표현되고 사람들은 현대적인 의상을 입고 우아한 포즈를 취한다.

안무는 곡예에 가까운 복잡한 고난도의 춤이 많았는데, 초연인 탓에 군무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일사불란하지 못하고 실수가 나온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다소 단조로운 1막에 비해 복수의 화신 '미르테'와 윌리들이 등장하는 2막은 그래도 볼만하다.



은빛 가발을 쓰고 온통 창백한 흰색으로 분장한 '미르테'는 악의 기운을 뿜어내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극에 생동감을 준다.

공연은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진다. 수석 무용수 황혜민-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미선-이동탁, 강미선과 솔리스트 강민우 등 세 커플이 출연한다.

관람료는 1만∼10만원. 문의 ☎ 02-580-1300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