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이한열 운동화는 역사가 담긴 예술작품"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4 0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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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원전문가 수전 슈슬러 "순수 미술품보다 중요"


"복원된 이한열 운동화는 역사가 담긴 예술작품"

미국 복원전문가 수전 슈슬러 "순수 미술품보다 중요"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A work of art(예술작품)."

미국의 저명한 미술품 복원 전문가 수전 슈슬러(62·여)씨가 최근 복원된 고(故)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보고 던진 말이다.

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전두환 정권 규탄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질 당시 신은 이 운동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밑창이 산산이 부서질 정도로 손상됐다.

올해 그의 28주기를 맞아 근·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 김겸 박사의 손에서 어렵사리 복원되고 나서 최근 이한열기념관에 다시 전시됐다.

학술행사 참석차 방한해 운동화를 보게 된 슈슬러씨는 14일 "이한열 열사를 알고는 있었지만 복원된 운동화를 접하면서 당시 사건이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 가든 미리 역사를 공부해두는데 한국 역사도 현대사까지 살펴본 터라 이한열 사건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운동화를 접하면서 사건이 더 현실감 있게, 직접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물을 복원하는 작업의 의미도 그런 겁니다."

그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관련된 박물관에 가도 신발이 무더기로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신발은 사람들이 늘 신고 다니고 끈을 묶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매우 개인적인 느낌이 드는 사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30여년간 미술품 복원 전문가로 활동한 슈슬러씨는 "복원 분야에서는 순수미술품 복원을 좀 더 높은 차원으로 여기고 운동화와 같은 일반 사물 복원은 다소 하찮게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하지만 이한열의 운동화는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사물이어서 순수미술품보다 오히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화 밑창 무늬를 하나하나 맞춰 가는 과정에 김 박사의 숨결이 담긴 만큼 복원된 이한열의 운동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술작품은 처음부터 오랫동안 남긴다는 생각으로 만들지만 운동화는 신고 내버리는 용도"라며 "재질이 매우 약한 사물을 다루는 일이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슈슬러씨는 "운동화 상태가 너무 열악해서 나였다면 이 작업을 선뜻 맡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이 복원한 미국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19세기 램프를 떠올렸다.

"매우 약하고 값싼 재료로 만들어진 우스꽝스러운 물건이죠. '아, 내가 이런 걸 복원해야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트웨인을 좋아하기도 했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트웨인이 일상에서 사랑한 사물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국내 대학에서 한국어 연수까지 받았다는 슈슬러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한국이 좋아서 앞으로 한국에서 작업할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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