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나 날벼락 폐쇄명령…갈 곳 잃은 유치원생들
'유아 교육권 지켜달라' 소송…법원 "다른 유치원 갈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30여년간 탈 없이 운영된 유치원이 하루아침에 불법 건축물로 규정돼 폐쇄됐다. 유치원은 유아들의 교육권을 지켜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유치원에 갈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서울 마포구 A 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이 서울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원아모집 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1984년 당국 허가를 받고 유치원을 운영해온 A 교회는 1989년 교회 건물을 6층 높이로 개축하며 당시 용적률 규정 등을 위반했다. 그동안 별다른 제재는 없었고, 유치원은 새 건물의 1층과 2층 일부에서 계속 운영됐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서부교육청은 유치원과 교회 측에 '건물이 위법하니 다음 달까지 시정하고 유치원의 위치변경 인가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교회가 개축한 지 무려 25년 만의 일이었다.
교회 측은 방법을 알아봤으나 토지가 도시환경정비 사업구역으로 묶여 건물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서부교육청은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11월 사실상 유치원 폐쇄 처분인 '원아모집 정지처분'을 내렸다.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내는 등 반발했으나 결국 원생 70여 명은 그간 잘 다니던 유치원을 뒤로하고 '유치원 입시전쟁'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유치원과 교회는 당국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치원 측은 법정에서 "당국의 처분은 적절한 교육환경 제공이라는 행정 목적에 적합하지도 않고, 유아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학부모들의 자녀학습권을 침해한다"며 "처분으로 얻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권리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치원 원아모집이 중지된다 하더라도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하거나 입학해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고, 학부모의 자녀학습권 역시 실현될 수 있다"며 유치원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생들이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을 가거나 다른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측은 당국이 지난 25년간 교회 건물의 위법성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건물과 유치원 운영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치원은 올해 원생을 모집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을 갈 수 없다'는 일부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같은 자리에서 선교원 형태로 다시 문을 열었다. 유치원 인가를 포기하며 끊긴 정부 누리과정 지원금 1억5천만원은 일단 교회가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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