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뒷이야기> 스필버그의 노욕이 부른 '쥬라기 월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6-1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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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뒷이야기> 스필버그의 노욕이 부른 '쥬라기 월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쥬라기 월드'는 공룡을 현대 시대에 부활시키는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1975년 '죠스'로 흥행성과 연출력을 갖춘 감독으로 인정받은 스티븐 스필버그(69)는 '쥬라기 공원'(1993) 연출을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쥬라기 공원'은 6천300만달러(약 700억원)를 투자해 10억달러(약 1조1천100억원)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후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1997)의 연출을 맡아 4년 전에 누린 영광의 재현을 꿈꿨다.

그러나 1편보다 못한 연출에 따른 식상함과 비판의식마저 결여됐다는 혹평을 받으며 흥행 수익이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거장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또 4년 뒤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3'(2001)의 메가폰을 조 존스턴 감독에게 넘기고, 자신은 기획자로 물러나 영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결과는 참담했다. 시리즈 최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으나 흥행 수익은 최저였다. 앞으로 재기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던 그가 14년 만에, 이번에는 제작 총괄자로 4번째 시리즈 도전에 나섰다.

연출작이 없다시피 한 신예 감독을 내세우고, '쥬라기 공원'이라는 타이틀도 과감히 던져버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쥬라기 월드'의 줄거리와 이야기 전개 방식은 공룡들의 습격으로 문을 닫은 '쥬라기 공원'의 연장선에 있다.

22년 전 공룡 테마파크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라져야 했다면, 이번 영화에는 마침내 개장에 성공해 2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콘셉트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철저히 스티븐 스필버그 오마주(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것)에 기초했다.

공룡에게 살아있는 양을 먹이로 주는 장면을 비롯해 막판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인도미누스 렉스)와 랩터가 한판 대결을 펼치는 구성까지 스필버그의 '셀프 오마주'가 곳곳에 널려 있다.

육·해·공을 망라하는 공룡 라인업, 열을 감지하고 위장술을 쓰는 영리한 공룡의 설정을 제외하면 연출 측면에서 진일보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이번 속편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는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가 없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전편보다 작위적이고 빈약하다. 공룡에 쫓기면서 싹트는 남녀 간의 애정과 가족애에 대한 설득력과 이음새도 약해 긴박감을 떨어뜨린다.

영화에 나오는 PPL(간접광고)도 작품의 진정성과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미국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는 '쥬라기 월드'에서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영화에는 테마파크의 중심에 자리 잡은 방문객 센터의 명칭이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로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 브랜드의 디스플레이, 모바일, 웨어러블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코카콜라도 카메라 앵글 속으로 노골적으로 파고든다.

이처럼 이번 속편은 22년 전의 전편보다 철학과 깊이는 흐릿해졌고, 상업성과 오락성은 짙어졌다.

이번 영화를 거장의 노욕이 부른 결과물로 치부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거장도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징크스를 깨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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